Ⅰ. 청소년들 사이에 불고 있는 성형 열풍

방학이 되면 어린 학생들이 병원을 종종 찾아온다. 이들의 대부분이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긴 방학을 이용해 성형수술로 변신하기를 원한다. 그들의 변신 후 이미지는 대부분이 자신이 동경하는 연예인의 모습과 꼭 닮아 있다. 게다가 요구사항도 매우 구체적이다. 작고 갸름한 얼굴, 동그랗고 시원한 큰 눈, 봉긋 솟은 이마와 오똑한 코를 가진 유명 스타들의 사진을 꺼내 놓으며 ‘이렇게 해 주세요’ 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청소년들의 대부분이 성형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해 수술이면 모든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를 벗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얼마 전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10대 소녀의 77%가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나타났다고 한다. 게다가 성형을 원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40%에 달한다고 하니 외모를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를 전적으로 말해주는 듯 하다.

사실 우리 어른들도 한창 때는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지냈던 적이 다 있기 마련이다. 여자라면 한번 쯤 엄마의 화장대에서 몰래 화장품을 가져다 립스틱이며 아이쉐도우를 눈두덩에 발라 보았을 것이며, 남자들의 경우 여드름을 짜거나 좀더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어서 수염을 몰래 길러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청소년들이 어른을 따라 하고픈 맘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외모를 보며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본인이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자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비주얼의 시대에 사는 우리의 아이들이 외모에 대해 집착을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와 폰 카메라 등이 보편화 되면서 인터넷에 자신의 사진을 자발적으로 올리고, 다시금 ‘얼짱’이라는 문화를 만들어 영향력을 미치는 건 그들다운 행동이라고 여겨진다.

성형이 아이들 사이에서 거부감이 적어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심지어 고등학교 2학년 때 수술을 하면 가장 예쁘다든지, 쌍꺼풀 수술은 일찍 하면 일찍 할수록 더 자리를 잘 잡는다는 등의 속설이 난무한다.

물론 아름다운 외모로 자신감을 되찾는다면 인격형성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형이 단지 미용적인 목적으로만 행해져 신체의 기능적인 면이나 건강까지 위협한다면 안 될 일이다. 성장이 끝나지도 않은 나이에 무리한 성형은 큰 화를 부를 수 있어 적정 나이 이후에 수술을 해야만 한다. 성형에도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처럼 미성년자 수술불가 항목들이 있다. 성장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병원을 찾아 상담하고 또 떼를 쓰는 경우를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Ⅱ. 청소년들의 필요에 따라 가능한 성형과 불가능한 성형

실제로 가장 많은 청소년들이 받고 또 관심도도 높은 대표적인 수술은 쌍꺼풀 수술이다. 쌍꺼풀 수술의 경우 비교적 낮은 연령에도 할 수 있다. 실제로 눈은 얼굴에서 가장 먼저 성장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일부 편차는 있지만 대개 눈은 초등학교 5~6학년이 되면 성인 눈 크기의 90%정도로 자라게 된다. 따라서 만 13세 이후라면 쌍꺼풀 성형이 가능하며 그 이후에 해야 안전하다.

다만 어린 나이에도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미용적인 성형이 아니라 질환치료 목적에서 행해진다.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안검내반증이 대표적이다.

안검내반증은 속눈썹이 각막이나 결막을 찌르는 증상으로 각막 상피에 상처가 나고 결막의 충혈과 눈물흘림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무척 고통스럽고 심한 경우 시력저하까지 부를 수 있으므로 치료해 주어야 한다. 수술은 쌍꺼풀 수술 중 절개법을 시행하게 되며 말려있는 눈꺼풀을 바깥쪽으로 약간 뒤집어지게 하여 속눈썹을 밖으로 향하게 교정해 주게 된다.

간혹 쌍꺼풀 수술을 못하지만 쌍꺼풀을 만들길 원해 쌍꺼풀 풀을 사용하거나 테이프로 쌍꺼풀 라인을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제해야 함을 권고해야 한다. 왜냐하면 눈꺼풀은 다른 피부조직에 비해 연약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게 되면 피부가 늘어지고 쳐져 눈꺼풀이 처지는 안검하수와 같은 2차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후에라도 쌍꺼풀 수술을 원한다면 사용을 피해야 한다.

한편 코성형의 경우에는 눈보다 더 늦은 나이에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보통 코 길이는 만 16세, 높이는 만 15세, 넓이는 만 14세까지 성장을 하게 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눈에 비해 코는 뼈와 연골로 이루어져 있어 성장이 더딘 편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시기에 잘못 코 수술을 하게 되면 코 모양이 변형되어 매부리코가 될 염려가 있다.

다만 어릴 적 심하게 다쳐 코뼈가 휜 상태라면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이 때는 미용적인 성형으로 콧대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코뼈를 바로잡아주는 목적으로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 코가 다치는 경우 통증이 크지 않아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치료를 하지 않고 지나치면 잘못해 코가 계속적으로 휘어 자라게 되어 추후 비염이나 축농증이 발생하고 기형적으로 모양이 변할 수 있어 청소년뿐 아니라 보호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한편 턱이나 광대뼈를 축소하는 안면윤곽 성형의 경우에는 성장이 완전 끝난 뒤에 해야 한다. 최근 들어 얼굴을 작게 만들고 싶다고 안면윤곽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에 찾아온 한 여자 고등학생은 심한 콤플렉스를 호소했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턱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각이 너무 심해져, 모자를 쓰거나 머리를 묶을 수조차 없다고 했다. 게다가 학교에서도 얼굴이 커 놀림을 받는 경우가 많아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예전에는 얼굴이 크거나 턱이 발달하면 성숙한 이미지를 주거나 믿음을 주는 인상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엔 연예인의 작고 갸름한 달걀형 얼굴을 선호하면서 예전과 다르게 얼굴형에 대한 고민도가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안면윤곽 성형은 뼈를 다루는 수술이기 때문에 성장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술을 하게 되면 뼈가 휘거나 잘못 자라 오히려 기형이 될 수 있으며, 더 자라야 하는 뼈가 성장을 멈추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성장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수술을 하면 원치 않던 결과를 내어 외모적인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평생을 가져가는 수술인 만큼 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만 한다.
 
연예인을 닮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최근 관심을 얻고 있는 수술에는 필러 성형과 이마 보형물 삽입이 있다. 봉긋하게 나온 이마는 귀여운 이미지를 주고 애교 있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최근 유행이다. 또한 간단하게 보충재를 주입하여 인상을 바꿀 수 있는 필러 성형은 인체에도 안전한 보충재를 사용하기에 간편하면서도 효과가 높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피부는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이므로 간편하고 안전하다고 해도 청소년에게는 자극적일 수 있다. 이 시기에 잘못 주사를 놓게 되면 얼굴형이 굳어버려 인상이 변형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스타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몸매 성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S자 라인의 성숙한 몸매를 동경하는 여학생들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성형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 가슴의 경우 단순히 미적인 측면뿐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야 하는 신중한 수술이다. 아직 가슴이 자라고 있는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앞으로도 가슴 크기나 모양이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성장이 끝나는 만18세까지는 지켜보고 그 후에 수술을 해야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지방흡입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다.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방세포를 없애는 지방흡입술은 체중을 조절해 주는 방법이 아니라 체형을 교정해 주는 방법이다. 아직 지방세포가 자라나는 청소년기에는 수술을 받는다 해도 계속 지방세포가 생겨나므로 수술의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없다.

사실 청소년기에 비만인 경우 나이가 먹어서도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방세포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사춘기 전까지는 세포분열에 의해 지방세포 숫자가 증가, 비만해지지만 사춘기 이후에는 지방세포 숫자는 증가하지 않고 지방세포 하나하나의 크기가 커져 비만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문제는 지방세포는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통해 어느 정도 크기를 줄일 수 있지만 지방세포의 수를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비만을 평생 가져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지방흡입술은 특정 부위에 있는 지방층의 지방세포를 흡입하는 수술로 지방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수를 줄여주므로 다이어트보다 월등한 효과를 보여 건강상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지방흡입이 적용되는 부위는 목ㆍ팔뚝ㆍ등ㆍ배ㆍ허리ㆍ엉덩이ㆍ허벅지로 대부분 국소적으로 지방이 축적된 부위(일명LFDㆍlocalized fat deposition)인데, 이곳은 몸의 다른 부위 지방과는 전혀 달라 다이어트나 운동을 해도 잘 줄어들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어 수술적인 효과가 높기도 하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수술을 받게 되면 수술 한 후에도 계속 지방세포가 늘어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워 피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만약 꼭 지방흡입술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체형이 자리를 잡은 후인 만 18세 이후에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Ⅲ.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질환 중심의 성형

이처럼 대부분의 성형 수술은 성장이 완전히 된 후에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10대에는 피부와 뼈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수술한 후 성장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청소년기의 성형은 질환 중심으로 접근을 하는 게 보다 바람직하다.

대표적인 예가 액취증과 병적으로 거대 유방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리고 여성형 유방증을 가진 남학생, 흉터가 심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대인관계에 소극적이므로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암내라고 불리는 액취증의 경우 최근 사춘기 시작이 점점 빨라지면서 그 연령도 낮아 지고 있다. 위생상태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악취에 가까워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고 그 환자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치료하면 좋은 수술이다.

거대유방은 평균 가슴(200~250g)보다 400g 이상 큰 경우를 의미한다. 무게 탓에 다소 처진 상태를 말하는데,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심리적 장애까지 일으킬 소지가 많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 보통 거대유방으로 고민하는 경우에는 어깨, 목, 허리 등에 만성적인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또한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나이에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거대유방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장기간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원인을 찾아 치료해 주어야 한다.

또한 여성형 유방증이나 노출부위 흉터로 고민하는 경우에도 수술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청소년의 긍정적인 외적, 내적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때 성형수술은 미용이 아닌 질환치료의 목적이 강하며 청소년기에 해 주는 편이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Ⅳ. 청소년기 성형의 양면성

이처럼 성형수술은 청소년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단지 미용적인 교정으로 본다면 오히려 청소년에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심한 콤플렉스를 치료해 건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정서적인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미용성형은 성장이 끝난 후 성인이 된 후에 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고 다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자제해야 할 것이다.

가끔 어린 학생들이 성형을 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것을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이 아이들은 한창 배우고 자신의 내면을 성숙시키기보다는 성형수술로 한번에 자신의 인생을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꾸준히 공부하고 내면을 탄탄하게 가꿔야 하는 시기에 외모만을 바꾸길 원하는 것일까. 이 모두가 우리 어른들이 외모지상주의를 그들에게 교육시켜오지 않았나 싶다.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해도 외모가 받쳐주지 않으면 결혼을 할 수 없고, 취직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더 많아서는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성형을 고려하는 것을 다만 색안경을 끼고 보기 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