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과 실제 달리기의 차이점은? 

그래도 달리기는 밖에서 바람과 함께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또한 살아있는 모든 동물들은 달릴 때만 느낄 수 있는 본능적인 쾌감(?) 비슷한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전 개인적으로는 날씨 때문에 못 나갈 때를 빼면 트레드밀 달리기를 하지 않습니다. ^^

그런데 실제 헬스장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걷기 혹은 달리기는 트레드밀에서 하고 있지요. (해외의 대규모 짐에 가 보면 헬스장에 트랙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좀 어렵고요...^^;;)

하지만 흔히 러닝머신이라고 불리는 트레드밀에서의 유산소는 실제 걷기나 달리기와는 같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경험해 보셨겠지만, 같은 속도나 각도에선 러닝머신 쪽이 훨씬 힘이 덜 듭니다. 왜 그럴까요?

1. 러닝머신이 쉬운 이유

실제 달리기 동작에서의 가속력은 흔히 킥이라고 하는 뒷차기 동작에서 나옵니다. 둔근과 햄스트링, 종아리 뒤쪽 근육을 동원해서 다리를 힘차게 뒤로 밀어서 몸을 앞으로 밀어내는 겁니다. 대퇴사두 같은 다리 앞쪽 근육은 그저 뒤로 간 다리를 앞으로 내미는 정도의 보조적인 역할입니다. 그래서 전력달리기를 하고 나면 다리 뒤쪽이 많이 당기게 됩니다.

반면 러닝머신, 아니 정확히는 전동식 러닝머신에서는 내 몸이 움직이는 게 아니고 바닥이 움직이기 때문에 내 다리로 몸을 밀어 가속력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러닝머신에서의 달리기 속도는 킥으로 내는 것이 아니고 다리를 얼마나 빨리 앞으로 당겨서 디뎌주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하지만 이건 일반 달리기에서도 마찬가지지요.) 그러니 일반 달리기에 비해 사실상 근육을 절반밖에 쓰지 않는 셈입니다. 그렇다보니 흔히 '스트라이드 주법'이라고 하는, 발을 빨리 디디는 것보다는 보폭을 최대한 길게 내뻗는 주법을 취하게 되는데, 이것도 속도가 올라갈수록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공기저항도 있습니다. 별 것 아닌 듯하지만 실제 공기저항은 속도가 빠를수록 점점 영향력이 커집니다.

결국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러닝머신이 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요, 실제 열량소모도 트레드밀 쪽이 적습니다.

(그리고, 좀 엉뚱할 수도 있지만....전기료도 엄청 먹습니다. ^^;;;)

2. 양쪽의 차이는 속도에 따라 다르다.

사실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시는데, 걷기와 파워워킹, 달리기는 그저 단순히 속도만의 차이가 아니고 메커니즘 자체가 다릅니다.

- 일상적인 걷기는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중심을 이동한 후 다시 반대편 다리를 앞으로 내미는 것을 반복합니다. 즉 다리 전면을 주로 사용하고, 킥 동작은 약하며, 양쪽 발 중 하나는 반드시 바닥을 디디고 있게 됩니다.

- 파워워킹은 양쪽 발 중 하나는 바닥에 붙어있는 상태에서 킥을 통해 추진력을 냅니다.

- 달리기, 즉 러닝은 가속 순간 양쪽 다리가 모두 바닥에서 떨어지며, 위에 적은대로, 킥을 통해 추진력을 내고, 다리 뒤쪽을 주로 사용합니다.

1에서 언급했듯이, 러닝머신에서 가장 큰 차이는 킥의 문제인데, 걷기의 경우는 애당초 킥의 의미가 적으니 러닝머신과 야외 걷기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또한 공기저항의 영향도 걷기 레벨의 속도에서는 크지 않고요. 그래서 걷기시엔 러닝머신과 실제 걷기의 열량 소모 차이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이가 커지고, 러닝의 범주로 들어가면 차이는 10% 가까이까지 더 커집니다.

하지만 단순히 열량 소모의 문제보다는 하체 근육의 고른 발달이 더 문제입니다. 러닝머신에서만 유산소를 하신 분들은 둔근과 하체 발달이 불완전해지기 쉽습니다. 특히 웨이트에서도 하체운동시에서 대퇴사두 같은 전면 근육에만 주력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 러닝머신의 효과까지 더해지면 하체의 전후 불균형은 더 심해집니다.

제 경우는 (이젠 나이 탓에 전만큼 잘 달리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러닝머신에선 야외 달리기보다 시속 약 3~4km 이상 더 내어도 그리 힘이 들지 않더군요. 솔직히 시속 16km까지 풀로 놓고 뛰어도 야외에서의 전력달리기에 댈 바가 아닙니다. 마라토너들 앞에서 '난 러닝머신에서 시속XX로 달리는데~~' 라고 함부로 말씀하셨다가는 한 대 맞습니다. ^^;;;

* 덧 : 심리적인 이유 : 분명 몸에는 밖에서 직접 뛰는 게 더 힘든 게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 특이한 요소가 하나 끼어듭니다. 바로 심리요인인데, 특히 마라톤 대회처럼 단체로 달리는 경우 많이 작용합니다. 혼자 달릴 경우엔 힘들다는 것을 다 느끼지만, 단체로 달릴 경우는 경쟁심리가 발동하면서 힘들다는 것을 주관적으로는 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경기가 끝난 후에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지만요.)

또한 헬스장 트레드밀의 경우도 대개 속도나 프로그램을 정해놓고 강제로 움직이면서 앞의 TV를 보거나 하기 때문에 막상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힘들다는 것을 덜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주관적으로 얼마나 힘든지는 '몸이 얼마나 고된지와 무관하게'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3. 그 외의 단점들

마라토너들 사이에선 '러닝머신에서 연습하면 몸하고 자세 망가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약간 과장된 건 사실이지만 일부 까다로운 분들은 정말로 러닝머신 곁으로는 가지도 않으십니다. 특히 달리기 시합이나 체력 검정을 앞두고 계신 분이라면 웬만하면 러닝머신보다는 실제 달리기로 훈련하시는 게 좋습니다. 러닝머신은 살빼는 데 도움이 되는 기계일 수는 있지만 기록 올리기에는 그리 좋은 기구가 못 됩니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다야 낫고요, 실제로 마라토너들의 보조 운동기구로도 많이 쓰이니까요.

사실 대부분의 동양인들은 짧은 보폭으로 빠르게 땅을 디디는 '피치 주법'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러닝머신에서는 무의식적으로 긴 보폭을 하기 쉽다보니 내게 적당한 보폭을 내지 못하고 자세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기록을 내려는 분들께 러닝머신은 가능한  '보조훈련도구' 정도로만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러닝머신은 장시간 심폐훈련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안정성, 혹은 기계적인 한계 때문에 낼 수 있는 속도에 한계가 있습니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일반적인 러닝머신의 속도가 인간의 전력달리기 속도에 못 미칩니다. 또한 사람이 정지 상태에서 전속력으로 출발을 하듯 순간적인 속도변화도 불가능합니다. 즉 인터벌이나 순발력 훈련에 사용하기는 힘듭니다. (그런 면에서는 고정자전거가 도리어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정해진 코스만을 움직이기 때문에 쓰이는 근육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길에서 달릴 때처럼 방향을 돌리고, 때로는 제자리에서 뛰고, 급경사를 올라가거나 내리막을 내려가는 등의 동작을 통해 하체의 모든 근육을 고루 사용하는 움직임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러닝머신만 하는 분들도 때때로는 실제 야외 달리기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것이 필요하고요.

5. 그래도 러닝머신에 단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일단 러닝머신의 가장 큰 장점은 날씨에 관계없이, 좁은 실내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그래서 저도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엔 야외에 몇 번 나가지 못하고 주로 트레드밀과 벗했습니다. ^^;;

하지만 그 외의 장점이라면

- 자체에 완충장치가 내장되어 있어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덜 갑니다. 가끔 실수, 혹은 과욕으로 나뒹구는(^^;;;) 웃지못할 상황만 제외하면, 보통은 러닝머신이 좀 안전한 게 사실입니다. 나이드신 분이나 비만인, 부상이 있는 분들께는 장점입니다. 단순히 건강이나 살빼기만을 위해 하는 운동이라면 러닝머신도 무방합니다.

- 또한 웬만큼 시설 된 헬스장이나 가정집이라면 내장된 TV를 보면서 지루함을 덜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건 양날의 칼일 수 있습니다. 걷기든 달리기이든 시선은 정면이나 약간 아래를 향해야 하는데, 혹 모니터가 너무 아래쪽에 있다면 고개를 밑으로 숙여붙인 잘못된 자세에서 운동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척추나 목에 부담이 갈 수 있으니 그런 불량~한 헬스장이라면 억지로 모니터 보지 마시고 그냥 mp3나 끼고 운동하세요. ^^

- 걷기나 달리기 자세를 교정할 수 있습니다. (방금 달리기 자세가 망가질 수 있다면서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가끔 보면 실제 달리기하는 분들 중 자세가 잘못된 분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는 좌우 보폭이 달라 (본인은 모르지만) 비딱하게 전진하거나, 양쪽의 팔놀림이 다른 경우입니다.

야외 러닝의 경우엔 그런 분들은 몸이 이미 적응된 상태이고 주변 공간이 많아서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강제적으로 롤러를 돌리는 좁은 러닝머신에 올려놓으면 이런 분들은 쉽게 중심을 잃습니다. 이런 경우 러닝머신에서 낮은 속도부터 강제 반복훈련에 의해 중심을 바로잡아줄 수 있습니다.

밖에선 멀쩡히 잘 달리는데 러닝머신만 가면 자꾸 넘어지려 하는 분이라면 참고하세요.^^;;

3. 꼭 러닝머신에서만 달려야 한다면...

어쨌든 하체의 고른 발달을 위해선 러닝머신보다는 실제 러닝이 훨씬 잇점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들로 어려운 경우라면 다른 보완책을 찾아야 하겠지요.

-날씨도 풀리고 했으니 그동안 줄곧 러닝머신에서만 뛰셨던 분들은 1주에 한 번쯤은 실제 바깥으로 나가서 달려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스마트폰이나 GPS가 있다면 (제가 이전 블로그에서 소개해 드렸던) 트래킹 어플을 가지고 나가셔서 내가 실전에서는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트레드밀에서만 줄곧 달리신 분이라면 뒤쪽 근육과 발목의 근지구력 부족, 하체에 가해지는 충격력 때문에 훨씬 빨리 피로를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둔근과 햄스트링, 종아리처럼 실제 달리기시에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근육을 웨이트시에 꼭 단련해 주어야 합니다. 달리기 기록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대퇴사두보다 도리어 이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러닝머신은 그 자체에 완충장치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밑창의 쿠션감이 지나치게 좋은 신발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러닝화는 대개 야외러닝을 기준해서 만드는데, 여기에 러닝머신의 쿠션까지 더해지면 발목을 불안정하게 해서 완충보다는 도리어 더 심한 피로를 불러오는 역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야외에서만 달리던 분들 중 몇몇은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창이 얇고 쿠션이 덜 들어간 신발을 신으시는 게 낫습니다.

(일부에서는 러닝머신에서는 맨발로 운동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ForeFoot(발 앞부터 디디는 보법)으로 보법을 바꿔줘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 야외 평지에서의 운동량과 실제 비슷한 칼로리 소모를 하려면 러닝머신 경사를 최소한 1도(2단계) 이상 올려잡고 해 주는 게 좋습니다.

러닝머신에 대해 이제 좀 알것 같네요~ 다들 운동 열심히 합시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