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팔다리는 성체(成體)의 근본이라 한다. 즉 사람의 팔다리는 인체의 근본을 이루며, 또 인체 내 오장육부(五臟六腑)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팔다리를 잘 움직여 소화 작용을 원활히 하면 음식물로부터 충분한 기를 받아들여 건강한 몸(體)을 이룰(成)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음식은 팔다리가 편안히 쉬어야 하는 저녁이나 밤에는 먹지 않는 게 좋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할 무렵인 아침에는 많이 먹어야 좋다.
또 아침에 먹을 때도 잠자리에서 금방 눈을 뜬 직후에 먹는 것이 아니라, 조금 일찍 일어나 하루 일을 생각한 다음에 식사를 하면 더욱 좋다. 가벼운 아침 체조 후에 밥을 먹으면 꿀맛처럼 단 것도 팔다리의 소화작용이 원활해져서이다.
이렇듯 팔다리와 비장의 관계는 소화 작용이라는 연결 고리를 중심으로 밀접하게 이어진다. 그러므로 비장이 건강해야 음식물을 잘 소화시켜 팔다리가 튼튼해지고, 동시에 팔다리를 자주 움직여주고 운동을 해야 비장의 소화기능 역시 좋아진다. 선천적으로 비장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매일 음식만 먹고 팔다리를 움직이지 않은 채 누워 있다면 음식물은 제대로 소화될 리 없다. ‘동원식서’에 식후 200∼300보 씩 산책을 할 때 팔을 힘껏 움직이며 걸으라는 이야기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손을 통해서 내장상태를 판별한다 팔다리는 양의 근본이 되며 그래서 항상 가만히 있질 못하고 움직이려 하며 힘쓰기를 좋아한다. 만약 이와 반대로 팔다리와 손에 힘이 없으면서 나른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이는 곧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얘기다.
따라서 팔다리, 손을 통해서 몸의 내장상태를 판별할 수 있고 이는 곧 몸의 이상상태를 알 수 있다. 즉 팔이 나른하면서 아픈 것은 비위(脾胃)의 정기가 잘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비와 위는 막을 사이에 두고 서로 접해 있으면서 진액을 돌리는 기능을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팔다리가 음식물의 기를 받지 못해 힘줄과 뼈와 살에 기운이 빠지게 된다. 또한 손에 부종이 올 때는 얼굴이 누렇게 되면서 소화불량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즉 비위의 작용이 곧바로 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팔이나 손의 병은 주로 비위와 관련해서 오지만 담음이나 신경성, 기혈 순환장애, 과음, 풍한서습(風寒暑濕)에 의해서 붓고 저리고 관절염 등의 증상이 올 수도 있다.
즉 인체가 풍한서습(風寒暑濕)과 조(燥), 화(火)의 조화를 이기지 못하면 병이 오는데, 풍(風)에 의해서 관절염, 중풍, 저림 등의 증상이, 한(寒)에 의해서 두통, 불임, 설사, 소화장애가, 서(署)에 의해서 땀이 많고 만성피로가, 습(濕)에 의해서 살찌고 숨이 차고 몸이 붓고 근육이 당기고, 조(燥)에 의해 폐가 건조하고 피부가 거칠어지며 가려움이, 화(火)에 의해 기운이 없고 갑상선 계통의 질환 또는 자궁의 혹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팔과 손은 오장(五臟)의 싹이며 그 상태에 따라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 이제 좀더 자세히 손의 상태에 따라 알 수 있는 질병을 알아보자.
오른손은 기(氣), 왼손은 혈(血)이 주관한다 먼저 오른손은 기(氣)가 주관을 하고 왼손은 혈(血)이 주관을 한다. 그리고 열 손가락에는 각기 소속된 경락이 있다. 즉 엄지는 폐와 관련이 있고, 검지는 대장과 관련이 있다. 중지는 궐 심포경(자궁, 생식기 계통)과 관련이 있으며, 약지는 삼초(횡격막에서 배꼽사이)부위의 질환, 새끼손가락은 심장과 관련이 있다.
오른손 상태에 따른 증상과 질병사례 오른손은 기(氣)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질병들이다. 오른손에 이상 증상을 느끼면 신체의 기의 흐름을 소통시켜야 한다. 엄지 : 주로 얼굴이 희고 우울증이 있으며 기운이 없고 더위를 못 이기는 사람들에게 엄지 상태의 이상을 발견할 수 있다. 3살 된 아이가 일년 내내 감기를 앓는다고 한다. 병원과 약, 좋다는 치료를 다 해보아도 증상이 나아지질 않았다. 이 아이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았는데 아이에게 폐의 기운을 보(補)하는 치료를 하니 감기도 나았고 엄지손가락도 펴졌다고 한다. 바로 폐의 기가 소통이 안돼서 생긴 증상이었다. 검지 : 배가 아프고 설사가 잦은 사람들에게 검지의 이상 증세가 없는지 알아보자.
44세 된 여성은 늘 몸이 붓고 시리고 소화가 안되고 대변이 가늘고 무르며 찬 음식만 먹으면 설사를 한다고 했다. 이 여성의 검지손가락 손톱이 죽어 있어서 대장계통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지 물어보니 치질수술을 2번이나 받았고, 대장암 수술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중지 : 배가 냉하고 추위를 못이기며 불임인 사람들에게 중지가 변화를 보인다. 45세 남자는 늘 사타구니에 땀이 많고 대변이 가늘고 자주 보며 배가 냉해서 설사가 잦았다. 궐 심포경의 병으로 진단하고 이 사람의 중지를 보니 잘려있었다. 약지 : 항상 눕기를 좋아하고 삭신이 아프고 몸이 무겁고 감기 기운이 있는 사람은 약지를 살펴보자. 새끼손가락 : 소변이 뿌옇고 입이 마른 사람은 새끼손가락을 주시하라. 48세의 남성은 항상 소변이 뿌옇고 가라앉으며 입 냄새가 심하고 다리의 마비가 잦다고 호소했다. 환자를 자세히 보니 새끼손가락에 화상을 입어서 굽어 있었는데 물어보니 어려서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 환자에겐 심장의 기를 좋게 하는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
왼손 상태에 따른 증상과 질병사례 왼손은 혈허유열(血虛有熱)과 관련이 있다. 즉 혈이 허해서 열이 있으면 왼손이 아프거나 손톱에 이상이 생기거나 손가락 변형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엄지 : 우울해 하면서 울기 잘하고 어깨가 아프며 땀을 잘 흘린다. 이런 사람은 찬 음료수를 피하고 옷을 얇게 입으면 안 된다. 59세 주부는 우울증 환자였다. 알고 보니 이 환자는 재혼한 여성으로 자신의 친자식은 하는 일마다 잘 안 되는 반면 재가해 얻은 아들은 하는 일마다 잘 돼, 알게 모르게 우울증이 온 것이었다. 이 환자에게는 폐의 혈을 좋게 하는 치료를 하니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검지 : 대소변이 시원하지 않고 입이 마르고 물사마귀가 난다.
63세 된 아주머니가 오른쪽 손목과 발목 관절이 아파서 호소했다. 몇 년 전부터 진통제를 먹었는데 이제는 잘 낫지도 않고 점차 입이 마르고 땀이 나면서 몸은 춥고 소변이 잦은 증상이 생겼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왼손의 검지가 잘려 있어 물으니 젊은 시절 사고로 잘렸다고 한다. 이 환자에게는 대장의 혈을 보하고 열을 내리는 치료를 하니 아픈 증상이 나아졌다. 중지 :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두근거리며 잘 놀라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약지 : 검고 마른 사람이 많으며 허리가 아프고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입이 마른다.
59세의 남성은 당뇨병으로 소변의 거품이 많고 갈증이 많으며 허리가 아프고 발기가 잘 안 된다고 한다. 환자의 약지를 보니 수술자국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약지에 혹이 나서 수술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 환자에게 삼초경의 정혈을 보하는 약을 써서 증상을 호전시켰다. 새끼손가락 :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오르며 가래가 끓고 천식 증상이 있다. 이처럼 신체의 내부에 이상이 생기면 손가락에 그 증상이 나타날 수가 있고, 반대로 손가락이 저리거나 아프거나 잘려있다면 몸 내부의 조화를 깨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손이 차거나 손톱이 약하면 몸에 질병이 있다 손가락만이 아니라 손바닥과 손톱을 통해서도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손이 찬 경우도 속의 병이냐 감기에 의한 것이냐를 판별할 수 있는데, 손등보다 손바닥이 뜨거운 사람은 소화기 계통의 속이 병든 것으로 감기처방을 한다고 해서 낫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특별히 식습관에 주의해야 하고, 위의 기능을 잘 다스려주어야 한다.
또한 감기에 걸렸을 때 손바닥이 뜨거운 것은 나쁜 기운이 속에까지 들어갔다는 뜻이므로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 속병을 다스려야 한다. 손바닥보다 손등이 더 뜨거운 건 나쁜 기운이 아직 몸 속까지는 들어가지 않은 것이므로 함부로 해열제를 쓰거나 독한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손톱에 대해 알아보자. 손톱은 간이 주관하는 곳으로 간담의 영화(榮華)를 누리는 곳이다. 따라서 간담이 허하면 손톱이 얇고 윤기가 없으며 잘 부러진다. 이런 손톱을 가진 사람은 무서움을 잘 타고 목에서 가래가 자주 끓으며 편도가 많이 붓는 특징이 있다. 이는 모두 간담이 허해서 오는 증상이므로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 소아 아이가 감기만 걸리면 고열로 고생하고 편도선이 잘 붓는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유난히 손톱이 얇고 잘 찢어진다는데 아이에게 간담을 보하는 치료를 하니 그후로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한다고 한다. 손톱으로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우선, 한쪽 손으로 다른 쪽 손의 손톱을 누른다. 그런 다음 누른 부위가 하얗게 변했다가 손을 떼면 금방 원래의 붉은빛으로 돌아와야 건강이 좋은 것이다. 만약 다시 붉은빛으로 되지 않거나 돌아오는 속도가 너무 늦으면 건강 역시 좋지 못한 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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