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의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중 하나가 백내장이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병명만 듣고는 어떤 병일지 잘 짐작되지 않는다.

흰 백(白)자를 쓰니 뭔가 하얗게 보이는 질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검은 동자(각막) 주변부가 하얗게 변하는 것(노인환)이나

각막 옆의 흰자위가 각막 쪽으로 자라는 것(익상편)을 보고 백내장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또한 녹내장과 이름이 비슷해서 그런지 두 질환을 혼동하기도 한다.

혹자는 백내장을 방치하면 녹내장이 된다고 알고 있기도 하다.

정의 자체는 안구 내 수정체가 부옇게 되는 것이다.

수정체는 안구 속의 조직이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거의 실명에 이른 상태에서나 백내장이 육안으로 하얗게 보인다.

시력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육안으로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각막이나 각막 주변부 결막의 변화인 경우가 많다.

백내장의 증상은 아주 단순하다.

보는 것에만 문제가 생긴다.

안경을 바꿔보아도 잘 안 보인다거나 부옇게 보인다거나 하는 시력 증상이 전부이다.

눈이 아프다거나 서서히 진행한다.

백내장은 대부분 연령 관련성 질환(노인성질환)이다.

포도막염이나 아토피 등 다른 원인이 동반된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고령층에서 발생한다.

논문에 따르면 65세 이상은 50%가 백내장이 있고

80세 이상에서는 90%가 백내장이라고 한다.

물론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백내장이 발생하지만, 그 원인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몇 가지 특정한 질환을 제외하고는

병의 진행이나 수술 결과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백내장 치료 방법은 수술이다.

백내장 치료제로 복용약이나 안약으로 나온 것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제 외래에서는 수술시기까지 진행을 늦춰주는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수술이 궁극적인 방법이라면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진료 중 가끔 다른 안과를 갔더니 백내장이고 수술을 안 하면 실명한다고 했다면서

얼굴이 노래져서 오시는 분을 보게 된다.

전혀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설명이 빠져 있다.

백내장의 경과에 관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하나는 백내장은 진행하는 질환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복 가능한 시력저하 혹은 실명이라는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수술 후 시력 경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시력이 많이 떨어진 이후에 수술을 했다.

하지만 초음파유화흡입술과 인공수정체가 발달한 요즘에는

시력이 좋더라도 일상 생활에서 불편을 많이 느낀다면

조기에도 수술을 할 수 있으며 결과도 좋다.

그렇다고 시력에 별 영향도 없는 초기 백내장을 방치하면

실명한다고 협밥해서 불편이 없는데도 수술을 일찍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 시기 결정은 환자 '불편감'에 따라

필자가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관적인 불편감이다.

수정체 중심 부분에 백내장이 있어 낮에 활동하기 불편한 경우라면 시력이 1.0이어도 수술한다.

하지만 교정 시력이 0.5 정도지만 보는 데 큰 불편을 못 느낀다면

백내장 진행 억제약을 사용하면서 수술 시기를 늦춘다.

주관적인 불편감만이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전부는 아니다.

어느 정도 이하로 시력이 떨어지거나 더 진행하면

수술이 어려워질 단계라면 불편하지 않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위해서 수술을 진행한다.

실명 단계까지 방치할 필요는 없다.

백내장의 상태가 너무 심해져서 제거하기가 어렵거나

주변 조직에 변화가 있다면 수술 결과가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