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지주막하출혈은 고혈압성 뇌출혈 다음으로 빈도가 많은 출혈성(出血性) 뇌 질환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뇌혈관 질환으로는 뇌경색과 고혈압성 뇌출혈 등이 많이 알려져 있으나, 이것들보다 더욱 치명적이고 무서운 뇌혈관 질환인 뇌동맥류에 대해서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뇌동맥류 파열로 발생하는 뇌 지주막하출혈은 고혈압성 뇌출혈 다음으로 빈도가 많은 출혈성(出血性) 뇌 질환이다. 뇌혈관의 일부가 약한 경우에는 혈관벽이 늘어나 꽈리 모양으로 불거져 나오는데 이러한 것을 뇌 동맥류라고 한다. 

뇌 동맥류의 혈관벽은 매우 얇고 구조적으로도 정상 혈관과 다르기 때문에 매우 약해서 쉽게 터진다. 뇌를 싸고 있는 세 층의 뇌막 중 뇌 동맥류는 지주막과 그 아래층인 연막 사이에 위치하므로 파열시 피가 지주막의 아래쪽으로 새어나오면 지주막하 출혈이 된다. 때로 피가 뇌 자체로 스며들면 뇌출혈이 된다. 

뇌 동맥류란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뇌 속의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뇌동맥류는 주로 뇌 기저부에 있는 큰 동맥들의 분지부(分枝部)에서 발생하고, 발생 기전은 뇌혈관 벽의 선천적 결함과 혈관벽의 퇴행성 변화라는 복합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뇌동맥류 파열에 기여하는 인자로서 흡연 및 고혈압 등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뇌 동맥류는 일반인의 2~5% 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뇌동맥류의 파열은 40~60세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뇌동맥류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이것이 터질 확률은 매년 약 1%로 추정되는데 이는 매년 인구 10만 명 당 10.3~10.5 명이 뇌동맥류 파열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하며 전체 사망 원인의 0.46~0.59%를 차지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될 경우 뇌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면서 약 40~50%의 환자가 사망하게 되므로, 성인에게 중요한 급사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생존한 환자에게서도 많은 정신 및 신경의 후유 장애를 남기게 되어, 전체 환자의 약 20% 내외에서만 완전 치유가 가능한 무서운 질환인 것이다. 대체적으로 뇌 동맥류 파열 후 약 1/3 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약 1/3은 병원으로 후송 중 혹은 입원 중 사망하거나 상태가 나빠 수술을 받지 못하며, 나머지 1/3 만이 수술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야구 방망이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 같다” 
뇌 동맥류 환자는 뇌 동맥류가 파열되지 않은 경우에는 대부분의 경우 아무 증상이 없으므로 뇌 동맥류가 머리에 있는지 알기가 어렵고 간혹 두통(주로 국소성), 뇌 신경마비(예 : 사시), 간질발작 등의 증후를 나타낼 수 있다. 뇌 동맥류가 터진 경우에는 거의 모든 경우에서 첫 증상으로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데 “머리 속에서 뭔가 폭발한 것 같다”, “야구 방망이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 같다”는 식으로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두통이라고 한다. 이러한 두통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으로 와야 한다. 출혈량이 많으면 혼수 상태에 빠지는 수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터진 부위에서 뿜어 나오는 피가 뇌 자체로 스며들어서 뇌출혈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외에도 경부강직(목이 뻣뻣함), 드물게 요통 및 좌골신경통, 뇌신경마비, 고혈압 등의 증후를 나타낼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은 몇 가지 합병증을 동반하는데 이 합병증이 또한 환자의 생명 또는 후유 장애와 큰 연관이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재출혈, 혈관 연축, 수두증 등을 들 수 있다. 
파열된 뇌동맥류는 24시간 이내에 재출혈될 가능성이 높으며 재출혈 시 사망률은 50%를 넘는다. 특히, 초기 파열 후 6시간 이내가 재출혈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동맥류 파열 시 주요한 사망원인으로 파열 당시의 직접적인 뇌 손상과 함께 혈관 연축을 들 수 있으며, 생존한 환자의 치료 중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이다. 

혈관 연축은 뇌혈관이 수축하여 정상적인 혈관보다 지름이 감소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뇌혈류가 감소하게 되는 현상으로 현재 이에 대한 완전한 치료가 없다. 뇌혈관 조영(照影)상에 나타나는 혈관 연축은 지주막하 출혈 환자의 30~70%에서 발생하며 약 20~30%는 이로 인해서 신경학적 결손이 발생한다. 혈관 연축은 동맥류 파열 후 4일에서 12일 사이에 가장 많이 나타나며 최근 치료 경향은 혈관 연축이 나타나기 전인 파열 후 72시간 이내에 수술을 실시하고 이후 혈관 연축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뇌동맥류의 진단은 파열된 경우에는 격심한 두통, 경부강직, 의식소실 등의 병력을 확인하고, 뇌 컴퓨터단층촬영(CT촬영)에서 뇌 지주막하출혈의 소견을 확인한 후, 뇌혈관조영술로 뇌동맥류를 최종 진단하게 된다.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의 진단 방법으로는 환자에게 전혀 위험부담 없이 높은 진단성공률(약 95%이상)을 보이고 있는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이라는 첨단기술이 개발되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뇌동맥류의 재출혈을 막기 위해 수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뇌동맥류를 완치시킬 수 있는 방법은 뇌동맥류 발견 즉시 조기수술(동맥류 파열 후 48~72시간 이내)을 시행하여 동맥류 클립이라는 기구를 사용 동맥류의 경부폐색을 시행하는 것이다. 수술시 위치나 모양에 따라 경부 폐색이 불가능한 경우 동맥류를 거즈, 근육, 인조 섬유, 접착제 등으로 감싸 줘서 재출혈의 가능성을 줄이는 포장 수술법이나, 동맥류가 있는 부위 동맥의 근위부와 원위부를 결찰하여 동맥류를 순환계로부터 완전 차단시키는 포착 수술법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과 함께 혈압조절 등의 보존적 치료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