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효능 알고 먹자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은 신생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물이 올라 새 움이 트는 갖가지 나무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의 화사한 꽃덤불을 바라보면 마음이 환해진다. 긴 겨울의 무거운 외투를 벗고 산으로 들로 나가서 봄맞이를 즐기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상큼한 봄나물은 춘곤증으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려 주는 봄철 건강식품이다.

그러나 봄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봄이 되면 춘곤증, 이른바 '봄을 타는' 사람들이 많다. 몸이 나른해지고 입맛이 없으며, 일할 의욕을 상실한다. 그래서 쇠약하거나 피로가 쌓여 있는 사람은 봄에 심한 몸살을 앓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춘곤증은 사람의 인체에서 간장과 심장의 기운이 약해져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약해진 간의 기능을 보강하는 데는 신맛 나는 음식이 좋고 심장을 강화하는 데는 쓴맛 나는 음식이 좋다.

다행히 봄철에는 산과 들에서 시거나 쓴맛이 나는 냉이, 달래, 씀바귀 등 봄나물을 캘 수 있다. 직접 캐지 않더라도 시장에 가면 입맛을 돋우는 나물이 수북이 쌓여 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더니, 자연은 춘곤증에 시달리는 우리 몸을 위해 봄나물을 베풀어준 것이다.
 

어렸을 적에는 봄이 되면 나물을 캐러 다녔다. 동무들과 함께 언덕의 양지쪽을 찾아다니며 나물을 캐는 재미가 참 좋았다. 유난히 나물을 잘 찾아내는 눈썰미 좋은 동무가 있는가 하면, 나물 캐는 중에 늘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던 동무도 있었다. 지금은 어디서 사는지 모르지만 봄이 오면 생각나는 얼굴들이다. 따뜻한 봄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언덕에서 소녀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나물을 캐는 모습은 그림으로 치더라도 아주 편안한 느낌을 주는 풍경화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나물캐기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한두 개를 캐는 게 아니라 바구니에 가득 채우려면 꽤 시간이 걸렸다. 칼로 나물의 밑둥지를 싹둑 베어낸 다음 흙을 털어내고 이미 쇤 부분을 잘라내서 바구니에 담는다. 처음에는 어떤 풀이 먹을 수 있는 건지를 몰라 엉뚱한 풀을 정성 들여 캐기도 했다. 한두 살 위인 언니들이 나물 이름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어 금방 터득했다.

비록 춘궁기라 하여 끼니를 잇기 어려운 봄철이었지만 그나마 지천으로 나물이 돋아나 있어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생활이 훨씬 나아진 지금도 봄나물은 아주 소중한 먹거리이다. 왜냐면 춘곤증을 달래는데는 영양제나 비타민류의 약보다 밥상에 싱싱한 봄나물을 올리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밥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처럼 제철에 땅에서 소출되는 먹거리를 잘 골라서 먹는 식보(食補)가 건강 유지의 으뜸이다. 몸에 좋은 봄나물 몇 가지를 소개한다. 이 글을 쓰는 데는 박기원 박사(원광대 한의대 객원교수. 서정한의원 원장)의 도움을 받았다.
 

◇ 씀바귀

쓴맛을 내는 대표적인 나물이다. 대개 쓴 식물은 염증을 내려주고 열을 풀어주며 식욕을 돋궈준다. 위장을 튼튼하게 해 소화기능을 좋게 하고 더위에도 강하게 한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 "오장의 나쁜 기운을 제거하여 심신을 편하게 하고 염증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 민들레

나물로도 먹지만 샐러드로 먹어도 좋다. 큰 민들레 잎은 상추처럼 쌈을 싸서 먹기도 한다. 만성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생잎을 씹어먹으면 효과가 있고, 종기가 났을 때는 민들레를 찧어 붙이면 좋다. 꽃피기 전의 민들레는 통째로 말려서 포공영(浦公英)이라는 약재로 쓴다. 포공영은 피를 맑게 하고 종기를 삭히며 멍울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 출산여성의 젖몸살과 종기 치료에 쓰인다.

◇ 쑥

<본초강목>에 "쑥은 속을 덥게 하고 냉한 기운을 쫓아내고 습을 없애준다"고 했다. 쑥에는 칼슘, 섬유소, 비타민A, B, C와 다량의 엽록소가 들어 있다. 쑥 특유의 향기에 있는 치네올 성분은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줘 감기 치료와 냉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과거 약품이 모자라던 시절에는 지혈제, 상처치료제, 복통 치료제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 가정 상비약이었다. 

◇ 취나물

쌉싸름한 맛이 나는 대표적 봄나물이다.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이나 관절이 아플 때 효과가 있다. 만성기관지염, 인후염 등으로 가래가 끓는 사람은 장기복용을 하면 좋고,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말을 많이 해 목이 아플 때도 좋다.

◇ 질경이

질경이는 땅에 잎이 붙어서 자라는 특성이 있다. 나물로도 좋지만, 열매는 차전자(車前子)라 하여 가래를 없애주고, 눈을 밝게 하며, 열을 내려주는 등 여러 가지 약효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제약회사에서 변비치료제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 냉이

<동의보감>에 "냉이로 국을 끓여 먹으면 피를 끌어다 간에 들어가게 하고, 눈을 맑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피곤하면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주위에 통증이 생기는데 이는 간장에 열이 쌓여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뇨작용이 있으며, 냉이에 든 콜린 성분은 간장 활동을 촉진하고 내장 운동을 보조해 간장 쇠약, 간염, 간경화 등 간장질환에 효과가 있다. 따라서 냉잇국은 술독을 빼는 데도 효능이 있다.

◇ 달래

모양이 마늘과 비슷하여 '작은 마늘'이라고 불린다.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 비장과 신장의 기능을 돕고, 가슴이 답답하고 아플 때 뭉친 기운을 내려준다. 또 양기를 보강하여 남성에게 좋은 나물이다. 몸의 저항력을 키워주고, 빈혈과 동맥경화 예방에 특별한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