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감추려고 얼굴 관리는 철저해도 두피와 모발의 관리는 허술한 분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유난히도 TV속에 많다. 많은 탤런트들이 얼굴은 손을 많아 봐서 빤질하고 젊은 얼굴인데 연기 중 부지불식간 고개를 숙이게 되면 여지없이 탈모가 드러나서 혀를 차게 된다. 탈모를 치료하는 필자로서는 전화라도 해서 머리를 치료하라고 권하고 싶을 지경이다.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는 분이라도 얼굴은 구석구석의 미세한 주름도 쉽게 보이지만 정수리 부근에 휑한 머리털은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역에 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자기의 정수리 탈모를 알기 어렵다. 얼굴과 함께 머리털의 치료관리를 동시에 해야만 진정으로 젊어보인다.

머리털이 듬성듬성하면 나이들어 보인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빠지게 마련이니까 그렇게 살다가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하는 어른들도 많다. 때로는 나이가 상당히 드신 분들 중에서도 어떻게든 탈모 치료를 받으려고 애를 쓰시는 분들도 많다. 가만히 보면 자신을 바라보는 자아상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스스로를 아직 젊고 힘차다고 생각하는 탈모자는 기회가 된다면 치료를 받아서 예전의 원래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 현재의 잘못된 모양새를 고치려고 한다. 자신의 나이에 걸맞게 살아야 된다고 여기는 분들은 탈모는 나이에 걸맞게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므로 치료하려는 노력 자체를 거북하게 생각한다. 나이는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탈모를 치료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의 나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나이일 뿐이고 숫자로서의 의미는 거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이가 있는 탈모자의 치료는 한창 때의 젊은이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 어려운 점이 있지만 치료자와 환자가 열심히 임하면 그렇게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고 안 들고 보다는 긍정적이냐 또는 부정적인 성격이냐가 더 중요한 변수인 것 같다. 매사에 긍정적인 분이 탈모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훨씬 빨리 치료된다. 이분들은 성격이 밝으며 말도 재밌게 하는 편이고 치료자의 권고에도 잘 따른다. 반대로 성격이 어두운 분이 있는데 우선 의심이 많고 매사에 일단 부정해놓고 두고 보아서 일이 잘 풀리면 믿어보자는 편이다. 부정적인 성격은 각종 스트레스에 취약하므로 탈모에 대한 반응이 느리며 치료 방침을 잘 따르지 않는 수도 많다.

일반적으로 두피를 포함한 피부가 노화하면 건조해지고 주름이 많아지면서 탄력이 떨어진다. 색소 침착이 불규칙하게 되거나 표피의 멜라닌 세포의 숫자가 감소하여 새치나 흰머리가 생길수도 있다. 노화에 따라 활동성 멜라닌 세포의 숫자는 매 10년마다 10~20%씩 감소하는데 이에 따라 흰머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피부의 노화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몸의 가장 바깥에 있어서 외부와 접하는 곳이므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특히 자외선이나 파마제, 염색약, 탈색제와 같은 각종 화학물질들, 기타 오염물질 등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피부조직과 세포의 생명력이 약화된다. 이에 따라 외부 자극에 대한 적응력 약화로 각종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탈모 환자들의 두피는 보통 사람보다 얇아져 있어서 두피를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푹신하지 못하고 바위처럼 딱딱하게 느껴지는 수가 많다. 노화된 피부는 표피층이 얇아지기 때문에 두피가 얇아져서 손가락 끝에 바로 두개골이 닿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원래 노화된 피부가 얇아지는 경향은 70세 이상 지나야 확연한데 두피는 이보다 빨리 얇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부 밑의 콜라젠 섬유조직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두꺼워지고 거칠어져 매끄럽지 못하고 뻣뻣한 피부조직으로 변형되므로 모발이 자라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특히 피부의 노화 소견 중 탈모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피부의 진피층에 있는 혈관의 수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진피에는 혈관, 신경 등이 분포하고 콜라젠 섬유, 탄력섬유 등이 풍부하다. 피부 혈관의 숫자가 감소와 더불어 신경의 예민도가 떨어져서 탈모자의 두피는 통증 등의 감각에 둔해진다. 그러나 탈모의 치료 경과에 따라 신경 기능의 회복이 동반되는 것을 쉽게 경험하게 된다. 한편 혈관의 숫자 감소는 직접적으로 두피의 혈류량을 감소시키므로 머리털에 공급되는 영양분이 부족한 현상을 유발하여 탈모가 발생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모발의 색소가 탈색되어 하얀 머리가 생기며 모발수도 감소하고 모발이 가늘고 힘이 없어진다.

한창의 젊은이가 탈모가 진행되어 실제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데 무덤덤하게 별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직종에 근무하여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 대체로 자신의 외모에 대한 기준이 높으므로 탈모를 적극 치료하려 한다. 경우에 따라 지나치게 자신이 강한 사람들은 탈모를 그냥 내버려두는 수도 있다. 거꾸로 생각해서 남들에게 보여주는 나의 모습인 외모에도 관심이 많은 분은 자신에 대한 관리도 비교적 철저한 편이므로 사회적으로 성공한다고 생각된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에 무관심하다면 사회생활에는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나간 과거보다 다가올 미래가 더 길다고 여겨진다면 탈모를 방치하면 안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여 어린이나 청년들은 심각한 면역력 약화를 동반하지 않는 이상 탈모 환자가 되기에는 아직 어리다. 머리털이 빠지는 것 자체가 노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젊고 아름답게 보이려면 탐스러운 머리결을 유지해야 한다. 얼굴이 아무리 수려하고 몸매에 맵시가 있어도 머리결이 풍부하고 탐스럽지 않다면 나이 들어 보인다.

탈모를 치료하면서 요즘의 경향을 느끼는데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다. 얼마전부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탈모자는 전 연령층에서 골고루 발생하고 있다는 변화다. 탈모는 두피와 모발의 노화 현상을 반영하는데 그렇다면 현대 한국의 남녀노소는 때이른 노화로 시달리고 있다는 뜻인가. 현대 도시사회의 격심한 스트레스가 노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감안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한 총각들은 많은 심리적 어려움이 있다. 키 작고 배 나온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대머리는 참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젊은 가임기의 여성이 탈모가 있다면 전체적인 건강이 올바르지 않아 가임력이 떨어짐을 은연중에 보여주므로 성적인 매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거의 모든 탈모자는 크던 작던 간에 건강상의 문제가 있으며 자신의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근본적인 탈모 치료가 가능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늙는다고 생각해 왔지만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하기 힘들다. 스트레스가 우리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증명된 것으로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질병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협심증을 포함한 각종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바가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되기 시작했다. 현대의 격심한 일과 속에서 매일 겪을 수밖에 없는 만성적인 심리적 스트레스는 머리털의 모낭세포를 포함한 신체의 모든 세포를 빨리 늙게 만드는 것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라도 단발적으로 발생하고 지나가면 쉽게 잊혀진다면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어떻게 피해갈 수도 없는 종류의 만성적인 스트레스인데, 이런 종류의 만성적이고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은 면역세포를 포함한 모든 세포의 DNA를 손상시켜서 노화를 촉진한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아도 항시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리는 사람은 무척 메마르고 지쳐 보이며 동년배들보다 훨씬 늙어 보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20-50대의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동년배의 여성에 비해 10년 이상 늙어 보인다고 한다.

1980년대에 DNA의 이중 나선구조를 규명한 이후로 분자생물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으며 생명체의 노화의 원인도 DNA의 변화에서 찾는 경향이다. DNA에서 노화의 원인을 찾는 것은 숙명론적이어서 개체의 유전자속에는 노화를 진행시키는 미리 예정된 프로그램이 있다는 이론인데 텔로미(telomere) 설이 유력하다. 이로 인해 모든 생명체는 미리 정해진 수명이 있어서 사람은 120년, 소는 80년, 개는 20년, 쥐는 3년 정도면 죽어야만 한다.

노화가 빠른 사람들의 DNA에 있는 텔로미어는 정상인보다 짧다. 텔로미어 이론은 인간의 노화과정을 설명하는 신빙성이 높은 학설인데, 텔로미어라는 것은 DNA의 끝에 붙어 있어서 체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져서 결국에는 다 닳아서 없어지면 해당 세포는 더 이상 분열을 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는데 당연히 노인들의 텔로미어는 젊은이보다 훨씬 짧다. 만약 우리 몸의 세포가 몇 십번의 분열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분열을 계속한다면 세포수가 계속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살아 있는 동안 키는 물론 온 몸의 기관이 계속 성장하게 될 것이고 죽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나라인가에 30세가 넘어서도 계속 키가 크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벌써 키가 2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피해를 받는 사람의 세포의 DNA에서 텔로미어(telomere)가 짧다면 필연코 노화 과정이 빨리 진행하였다는 과학적 증거가 되며 실제로 노화와 관련된 각종 질병에 걸리거나 조기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성적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DNA의 손상을 줄여야 한다. 비정상 세포는 나름대로의 수명을 지키지 못하고 계속 증식하게 되는데 이를 암세포라고 한다.

노화와 관련된 또 다른 학설로 산소-유리기 이론이 있는데, 역시 마찬가지 결론을 보인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산소를 마시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산소의 독성 또한 만만치 않다. 사과를 깎아서 실내에 조금만 방치해도 사과가 변색되고 맛도 틀려지는데 이것은 산소에 의해 사과가 산화된 결과이다. 마찬가지로 산소에 의한 세포의 산화는 피할 수 없는데 이는 세포의 노화를 초래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 레벨이 높은 경우 산소-유리기의 발생이 촉진되어서 세포의 DNA가 파괴되며 손상된 DNA의 재생 과정도 정상인에 비해 여의치 않다. 세포를 손상시키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DNA간의 잘못된 결합이 발생하면 노화가 빨라지고 암세포로도 바뀔 수 있는데 특히 방사선에의 노출, 지나친 자외선을 받는 것, 세포 산화물질이나 발암물질을 자주 접하는 것 등에 의해 촉진된다. 따라서 탈모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항노화법과 유사한데 필요 이상의 일광욕을 삼가고, 금연하고, 불필요한 약제의 복용도 줄이며, 인스턴트 음식을 최소한 먹어서 산소-유리기의 발생을 줄여야한다. 평소 과식, 과음하는 편이라면 음식량의 섭취를 적정한 수준으로 줄이는 것도 세포의 산화와 노화를 줄이는데 중요하다.

많은 탈모환자에서 신체대사의 이상을 발견하는 수가 많다. 대표적인 예는 콜레스테롤 대사의 이상에 의한 고지혈증이다. 고지혈증을 비롯한 대사이상증후군은 따로 챕터를 정하여 좀더 자세히 기술할 필요가 있으므로 여기서는 간단하게 언급만 하겠다. 탈모환자가 오면 반드시 검사해보는 항목이 있다면 바로 고지혈증이 있는지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다. 고지혈증은 나이를 먹음에 따라 증가하는데 혈청내의 총콜레스테롤치와 LDL콜레스테롤치가 상승하며 반대로 HDL콜레스테롤치는 감소한다. 고지혈증의 발생 여부와 심한 정도는 개인적인 차가 심한데 대체로 탈모가 심한 분들이 고지혈증도 심한 편이므로 적극적인 고지혈증 치료가 필요하다. 스타틴 계열의 복용약도 큰 도움이 되며 건전한 생활습관의 변화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