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리오 패혈증(vibrio sepsis)

이 무서운 질병은 비브리오 불리피쿠스(Vibrio vulnificus)에 의한 감염으로 피부와 근육이 썩고 전신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비브리오균은 해수 온도 20℃ 이상에서 활발히 활동하여 어류와 조개류 등에 생존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6월~9월에 기승을 부린다.

전염경로 및 증상

비브리오균이 붙어있는 어패류를 먹거나, 상처 난 피부를 토하여 균이 들어오면 1~2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오한 등의 전신 감염증상이 나타난다. 다양한 피부 병변이 나타나며, 전신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저혈압 쇼크로 급사할 위험이 높아 40~50%의 높은 사망률을 보이며, 피부에 생긴 염증으로 근육염과 근괴사가 생기면 상처 부위를 절단하거나 피부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생기므로 예방과 빠른 치료가 최선이다.

예방 및 위험한 사람들

비브리오균은 열에 약하여 56℃ 이상의 열에 죽으며, 소금물에서만 살 수있다. 그러므로 어패류를 수돗물이나 민물에 30초 이상 깨끗이 씻고, 충분히 열에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 또한 바닷물에 떠있는 비브리오균이 상처를 통한 감염도 가능하므로 몸에 상처가 있을 때는 바닷물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고위험군인 간질환(만성간염, 간경화, 간암), 알코올 중독자, 면역저하 환자(만성 신부전, 에이즈, 당뇨, 암, 항암제 또는 면역억제제(스테로이드 등) 복용중인 자) 등은 소량의 비브리오균에 노출되어도 감염-사망에 이르므로 6월~10월에 어패류 생식을 해서는 안 되며,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도 가급적 피해야한다. 다행한 것은 건강한 사람은 상처를 통한 피부감염만 일으키며, 이 또한 아주 희박하다.  

 -바닷가를 거닐거나, 동네 시장에서 조개를 사먹고 사망하기도

간략하게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이렇게 교과서적인 설명을 하면 ‘먼나라 이야기’,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 같죠? 글쎄요…….

제가 본 환자 중에는 술을 좋아하시던 할아버지가 청주의 어느 시장에서 산 조개를 집에서 구워먹고 이 병으로 사망했죠. 같이 먹은 다른 가족들은 멀쩡했구요.

또 다른 환자는 10년가량 당뇨가 있는 아주머니였는데, 동네사람들과 관광버스를 타고 서해안에 놀러가서 수영을 한 것도 아니고, 맨발로 발을 담그고 하루 동안 나들이하고 오셨는데……. 발에 난 상처로 비브리오 균이 전염되었죠. 발이 다 썩고,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들어본 이야기로는 꽤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호남지역의 대기업 회장님이 만성간염과 간경변증이 있어 치료 중인 분이 있었답니다. 이 정도 급의 분이니 주치의와 비서진이 여름철 어패류에 대한 조심을 철저히 했는데,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망하셨다는군요. 전염경로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어느 식당에서 한 식사를 조리할 때 어류를 손질한 칼로 이 회장님이 드실 고기도 건드려서 전염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전해들은 것이라 사실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어쨌든 고위험군의 환자는 그만큼 조심하셔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여 주십시오.

-안전불감증은 한국인 각자의 일상과 의식에서 시작

‘설마’가 사람 잡습니다. 한국인의 안전불감증은 공무원이나 공사현장의 특정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들이 일상생활과 사고방식이 ‘빨리빨리’와 ‘편법’,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에 익숙해져 있어 나온 결과 중 하나가 ‘안전불감증’이겠죠.

여름철 효도하려고 어르신들 모시고 바닷가에 놀러 가거나, 맛있는 바다음식 대접하고, 평생 죄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죠? 주변에 고위험군에 속하는 분이 계시면, ‘절대’ 바닷물에 발도 담그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