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 "대한(大寒)이 바다는 얼게 하여도 술은 얼게 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술의 성질은 열이 많고 더운것이 모든 먹는것중에 가장 으뜸이며, 몸의 모든 경락(經絡)을 통하게 만드는 기운이 마치 부자(附子)와 같다고 하였다. 특히 소주나 양주처럼 알콜 도수가 높은 술은 그 성질이 아주 맵고도 열이 많아(辛熱) 발산하듯 열을 내므로 많이 먹으면 사람의 몸이 상한다고 하였다.

자주 과음하는 사람들, 특히 술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증상 중의 하나가 바로 땀일 것이다. 이는 음주 자체가 과식이 되어 점점 비만해짐으로써 오는 현상이겠지만, 한의학에서 볼때 술의 성질로 인해 뜨거운 양의 기운(陽氣)이 편중되어 밖으로 발산되는 열을 조절하기 위하여 땀이 나게 된다. 양기가 땀이 되는 것은 비유하자면 마치 땅에서 수증기가 올라가 비가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문제는 많은 양의 땀을 흘리는 것이 양기(陽氣)를 더욱 손상시키고 이로 인해 양의 기운에 의해 조절되는 피부의 열고 닫힘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더욱 많은 땀이 나오게 되어 결국은 양기가 부족해서 오장과 육부를 비롯한 인체 내외에 병의 원인이 되는 나쁜 기운(邪氣)이 침범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한의학에서 땀 분비의 많고 적음을 병의 원인으로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이유이다.

서양의학에서 땀의 생성은 대뇌에 의한 정신적인 자극과 시상하부에 대한 온도자극이 교감신경에 의하여 한선에 전달되어 분비되는 생리적인 활동이다. 땀의 성분은 대체로 오줌과 같으나 오줌보다 농도가 낮고 피보다는 더 낮다. 혈액을 구성하고 있는 혈장 성분도 포함되어 있으나 땀에서 가장 많은 3대 성분은 식염과 요소와 젖산이다. 그 중에서도 식염의 농도가 가장 높다.

이러한 땀이 정상적인 상황으로 배출될 때 인체의 체온과 체액상태를 조절하여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나 과다한 땀의 배출은 정상적인 체액의 손실은 물론 심한 경우 병적인 현상까지 일으키게 된다. 덥지도 않은데 많은 양의 땀을 흘릴 경우 일반적으로 감기, 폐렴, 결핵, 신우신염, 심내막염, 당뇨병 등의 내장기 이상이나 땀분비와 관련된 자율신경계통의 기능실조 또는 갑상선기능항진증, 갱년기장애, 말단거대증 등의 호르몬 계통의 이상이거나 뇌종양, 뇌출혈, 악성임파종 등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땀을 진액, 즉 몸 전체의 수분성분 가운데 하나로 보고 중요시하며 정상적으로 배출되는 생리적인 땀과 비정상적인 병리적인 땀으로 구분하고 있다. 나아가 땀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흘리는 다한증(多汗症)을 한의학에서는 크게 양적인 기운이 약해져서 덥지도 않은데도 땀이 수시로 나오는 자한증(自汗症)과 음적인 기운이 부족하여 밤에 잘 때 땀을 흘리는 도한증(盜汗症)으로 나눈다.

자한이란, 평상시 옷을 두텁게 입지 않고 열도 나지 않는데 땀이 수시로 자연히 나오는 현상을 말하며 운동시 더욱 심하게 흘리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체표를 보호하고 외부에서 침입하는 나쁜 기운들로부터 신체를 방어하는 양기의 일종인 위기(衛氣)의 작용이 약해져서 피부내 부속기관인 땀구멍의 조절 작용이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땀을 과다하게 흘리게 되는 것이다.

도한이란, 야간에 잠이 들면 땀을 흘리지만 눈을 뜨면 곧 땀나는 것이 중지되는 증상이다. 스스로 땀이 나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심한 경우 옷이나 이불을 적실 정도로 땀을 흘리기도 한다. 이는 인체 내의 정상적인 체액인 진액을 구성하는 음적인 기운이 부족하여(陰虛, 血虛) 안에서 발생되는 열기(火)를 통제하지 못하여 나타나게 되는데 몸이 선천적으로 허약할때 더 잘 나타난다.

이와 함께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흘리는 땀의 양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체형이 크고 굵은 편에 속하는 태음인(太陰人)은 땀의 배출이 원활하여야 건강한 상태이므로 건강한 태음인은 항상 땀을 많이 흘리며, 반면 체격이 작고 왜소한 편에 속하는 소음인(少陰人)은 땀보다는 소변의 배출이 잘 되어야 건강하다. 따라서 태음인이 병이나면 땀이 잘 나오지 않으며 소음인이 수시로 땀을 흘리면 병적인 상태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치료하고 있다.

상식적인 이야기겠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라면 땀에 대한 치료 외에도 음주의 횟수를 가급적 줌임은 물론 커피, 홍차, 콜라 등 카페인 함유 음료를 삼가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를 자주 내지 않도록 적극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