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인가 우연인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속담이 있다
누군가의 얘기를 진지하게 하고 있는데
바로 그 순간에 그사람이 온다
어떤 사람이 보고 싶은데, 바로 그에게서 전화가 온다
이럴 때 우리는 '우연'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우리의 만남은 아주 잘못된 인연이다'
'예쁜 인연을 만들어 가자' 등등
좋은 인연, 나쁜 인연  등 사람의 만남을
자신의 의지의 결과가 아니라 '인연'이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본다 
 
인연이란 단어는 부디즘의 용어이다
불교에서는 열 두 인연론을 제시한다
'모든 것이 미리 인연에 의해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인연론은, 모든 결과들이 미리 정해진 원인이 있어 결과로 맺어진다는 운명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인연에 비교되는 개념이 '우연'이다
'원인이 없이 생긴 결과'를 말한다
신세계역 성경은,
우연을 '예기치 못한 일'로 표현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우연 즉 예기치 못한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저명한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이것을 '의미 있는 우연'이라 칭하여
'동시성 현상'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했다 
 
구스타프 융의 여성 환자가 풍뎅이에 관해 꿈꾼 얘기를 하면서 상담을 요청했다
이집트에서는 풍뎅이의 등장이 환생을 의미한다는 것을 융은 순간 생각해 냈고,
이제 이 여성 환자가 심리적인 면으로 환생 즉 재탄생하여 회복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때 창밖에서 우연의 일치로 풍뎅이 한 마리가 날아왔다
이후부터 여성 환자는 치료에 협조적이 되었고 병은 신속하게 호전되었다 
 
모건 로버트슨이란 작가는
타이타닉호 사건이 발생하기 14년 전에 타이타닉호를 소재로 하여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배가 빙산에 부딪쳐 침몰한다는 소설을 썼는데,
실제로 1912년에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좌초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해양 사상 최악의 참사가 되었다 
 
구스타프 융은 이러한 것들을
우연이라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으며, 우연은 너무 단순한 표현이라 여겨
'동시성 현상' 이론을 주창한 것이다 
 
'동시성 현상'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서 이미 생각하고 있었기에
심리적인 힘이 작용하여
동시에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우연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이론을 제시한 구스타프 융은,
이미 동양의 부디즘과 도교의 이론에 심취해 있었고,
그 영향으로 인연과 별반 다르지 않는 '동시성 현상' 이론을 제시했다는 것이 후에 드러났다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형제들 몇이 여행을 다녀오다 모두 목숨을 잃은 대형 교통사고가 몇년 전 발생했다
'예기치 못한 일'이다 
 
구스타프 융의 '동시성 현상 이론'은
내면의 심리가 작용하여 물리적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이론을 제시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결국 '인연'의 또 다른 말임을 알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이기에
과거에 비해 '예기치 못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쇼핑을 갔다가 건물이 무너져 사상자가 생긴다
정신 질환자가 휘두른 칼에 속수무책 죽임을 당한다 
 
사람들은 '운명론'으로 그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든다. '인연'이란 단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표현으로 설명하려 하나 무언가 부족하다
인연이나 운명이 아니라,
우연 곧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살펴 본 바와 같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인연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일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불과 얼마 전 세계적인 수학천재이며
이미 노벨상을 수상한 존 내시 부부가 '아벨상'을 노르웨이에서 수상하고 귀가하다가 교통 사고로 사망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며 '예기치 못한 일'이다
그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운명인가?
그들이 조금 늦게 출발하거나 다음 날 출발했다면 혹은 시상식에 가지 않았다면
결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기치 못한 일'에 대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것을 아버지께 의지하며 심지어 우리의 생명까지도 그분께 신뢰하며 맡겨야 한다
곧 아버지께서 가져오실 신세계에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여 우리를 해롭게 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다 
 
안개와 같은 생명,
먼지와 같은 우리의 생명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참된 생명을 주시는 그날까지 아버지의 일에 최선을 다하여 그분의 승인을 받는 길에 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P.S.'아벨상'은 수학계 최고의 권위에게 매년 주어지는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