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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개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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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개인 후
한강/김철수
비개인 오후
야트막한 동그라미 언덕을
물향기 온가슴에 품고
나비처럼 올랐다
삶이 괴롭고 쓸쓸해도
언제나 동그랗게 웃자고
이름지어진 소망의 언덕
마지막 빗방울들
뙤약볕 전사와 일전을
불사하고
키가 한뼘이나 커버려
한껏 기세 오른
물푸레나무 가지마다
생명의 자맥질
싱그럽다
날로 무성해진 들풀속에서
시간을 조아먹은 산새는
그리움에 젖은
날개를 말리며
가랑가랑 울음을
토하네
한 고개 넘어
물끄러미 올려다본 양떼구름
속절없이 눈물이나
지나온 길 되돌아보니
안개속 추억이 무상하고
영혼을 불태우던 사랑몸살이
아득아득 덧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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