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때만 되면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는 엄마와 안 먹겠다며 도망 다니는 아이.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때가 되어도 먹지 않고, 먹는 것을 즐기지 않으며 음식물을 잘 삼키지 않는 것을 식욕부진이라고 한다.

사실 식욕부진의 정의는 누구나 알지만 진단기준이 뚜렷하지는 않다.

다만 “밥 한 번 먹는데 30분 이상 걸린다”, “싫은 음식을 먹거나 조금만 많이 먹어도 체한다”, “우유나 음료수는 먹는데 밥은 잘 안 먹는다”, “밥그릇을 들고 쫓아다니면서 겨우 먹인다” 등이 엄마들이 이야기하는 식욕부진의 다양한 증상들이다.

이러한 아이들은 밥과 반찬 등의 주식을 잘 먹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글 | 최혁용 (함소아한의원 설립자)

♠비위기능 허약하거나 잦은 군것질이 원인!

식욕부진 아이들의 경우, 비위기능이 허약한 경우가 많다.
비위기능은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 배출하는 기능을 포괄하는 한의학적인 개념이다.
 
비위가 허약한 아이들은 밥을 잘 안 먹는 증상 외에도 얼굴이 누렇고 윤기가 없거나, 키는 그런대로 자라는데 몸무게가
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배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잘 나며 설사, 잦은 변비, 구역질, 구토 등을 한다.
또한 자주 배꼽주위나 배가 아프다고 하며, 잘 체하고 입에선 쉰 냄새가 나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들은 비위기능을 강화하는 치료와 함께 식습관을 길러주면 식욕부진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밥은 잘 안 먹으면서 과자, 음료수 등 군것질은 잘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전반적인 아이의 체격 상태가 양호하다.

엄마는 "아이가 밥도 안 먹으면서 하루 종일 무슨 힘으로 뛰어 노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는 비위기능과는 무관하게 식생활 습관이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은 올바른 식생활 습관만 길러주면 밥을 잘 먹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우유는 많이 마시면서 밥을 안 먹는 경우도 간혹 있다. 흔히 우유를 ‘완전식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이 먹을수록 키도 쑥쑥 자라고 건강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유를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 밥을 못 먹고, 아이가 밥을 안 먹으니 엄마는 우유라도 배불리 먹이는 악순환을 겪는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자기의 나이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이가 다 난 아이가 액체로 된 음식을 많이 마시다 보면 씹는 기회가 줄어들어 두뇌발달과 치아 건강을 해친다.

특히 하루에 생우유를 1ℓ 이상 마시면서 밥과 반찬을 소홀히 하는 일이 반복되면 불균형적인 영양섭취로 변비나 빈혈이

생기는 등 신체의 균형적인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통 성장하는 아이들의 경우 하루 우유 섭취량은 400~500㎖ 정도면 적당하다.

♠단 음식은 피하고, 식사시간 엄수!

식욕부진이 있는 아이들은 일단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 밥을 잘 먹게 하려면 우선 식전이나 공복에 단 음식이나 군것질 거리를 가능하면 주지 말아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과자, 초콜릿, 사탕 등 단맛에 길들여진 탓에 상대적으로 싱거운 밥과 반찬을 잘 먹지 않으려 한다.

 

또한 단 과일 주스를 먹는 버릇을 들이면 싱싱한 제철 생과일의 적당한 단맛 정도에는 만족을 하지 못한다.

단맛은 몸 속 양기를 지나치게 발산시켜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갈증을 호소하고, 잠잘 때 이불을 덮지 않거나

밤에 땀이 나는 아이들은 단 음식의 과다 섭취로 인해 소화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식사시간을 지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매 끼니를 같은 시간에 먹는 것이 버릇이 되면 배가 고프거나 입맛이 돌지 않아도 식탁에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아이의 식습관을 고치기가 다소 어렵다면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는 그림책이나 비디오 등을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Tip. 한의사가 추천하는 식욕부진 해소법

1. 인스턴트 음식을 끊어라
기름에 튀긴 과자,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라면, 피자 등의 인스턴트 음식은 아이의 위장을 늘어지게 하고 무력하게 만들며 헛배만 부르게 해서 입맛을 잃게 한다. 또 영양소는 없고 열량만 많아 아이를 뚱보로 만든다.

 

2. 칭찬을 많이 해주어라
다른 일도 다 마찬가지지만 먹는 것에 있어서도 칭찬은 나무라는 것의 10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 잘 먹는 것이 있으면 동네방네 떠들며 칭찬해 주고, 다른 음식들도 잘 먹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혹은 예쁜 밥그릇을 사주고 그 그릇엔 아이만 먹을 수 있다고 얘기하며 부추겨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3. 씹어 먹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줘라
이유식을 할 때부터 이것저것 음식을 조금씩 먹이면서 고루 먹는 습관, 씹어 먹는 것의 즐거움을 가르쳐줘야 한다. 너무 부드럽고 고운 음식 또는 유동식을 오래 먹을 경우, 씹어 먹는 것이 귀찮아지고 씹어 먹는 즐거움을 모르게 되어 편식이 심해질 수 있다.

 

4. 아이는 부모에게서 가장 많이 배운다
식탁 습관도 부모에게 영향을 받는다. 부모가 편식을 한다면 아이가 커갈수록 "골고루 먹어라"는 말은 설득력이 약해진다. 부모부터 음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교육이다.

 

5. 배와 등을 자주 만져줘라
배가 자주 아프다는 아이들 중에 아이스크림이나 찬 음료수, 과자 등을 과식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약보다는 엄마의 손으로 배를 문질러 주고, 등을 만져주어라. 등에는 내부 장기에 반응하는 혈자리들이 많다. 배와 등을 만져주면 소화기를 따뜻하게 해주어 소화기의 활동력을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