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열심히 달려온 길에

남겨진 것이 없다면 과연

무심코 그냥 걸어온 것은 아닐까

나의 일 아니라고

흘러 버린 것은 없는지

건성으로 듣고

쓸데없이 위로하려 했는지

지나가는 시간 속에

어쩔 수 없는 생의 가벼움

살아가는 일까지 무미건조해지는

우리들 깨어날 때겠지

일어나야 하겠지

짓누르는 것을 딛고

바로 선다는 건

외로움을 떨치고

홀로 선다는 건

눈물을 머금는 일보다

더욱 힘들지만

우리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잖아

네가 힘들면

내가 너의 곁에 서고

내가 지치면

또 네가 눈물이 되어줘

그래서 우리들

서로 살아지게 하자

난 그대를 만날 때보다 그대를 생각할 때가 더욱 행복합니다

김인선 등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