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모자와 신발 
 
모자는 바람을 타고
높은 하늘로 올라가고 싶을지도 몰라.
바람 가득 안은 풍선처럼
콧노래 부르며 푸른 하늘 훨훨  날아다니고 싶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막상 바람이 불면
모자는 몸을 작게 웅크리며
안고 있던 머리를 더욱 꼬옥 감싸 안지. 
 
신발도 발에서 벗어나
어디까지라도 숨차게 달려가고 싶을지도 몰라.
굴레 벗은 망아지처럼 거침없이
넓고 푸른 들판 마음껏 누비고 싶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신발은 막상
발과의 사이가 조금만 느슨해져도
신발 끈 바짝 조여
조금이라도 발에서 떠나지 않으려고 하지. 
 
떠날 수 있어도 우리를 떠나지 않는
모자와 신발,
그래서 사랑스런 우리들의
모자와 신발이 되지. 

/문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