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을 켜고 따뜻한 모닝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책장을 넘겨보자. 일상의 고단함과 피로를 달래주는 이 소소한 행복은 강추위가 이어지는 요즘 우리의 마음을 사르르 녹여준다.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비교적 짧은 ‘시’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겨울을 시를 소개해본다. 
 
겨울 - 윤동주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어요. 
 
길바닥에
말통 동그램이
말랑말랑
얼어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윤동주의 시 ‘겨울’. 도시화로 인하여 요즘 아이들은 느끼지 못하는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겨울 나목 - 양광모 
 
알몸으로도
겨울 이겨내는
네 삶 눈부셔라 
 
한 백년쯤이야
하늘 높이 쭉쭉
가지 뻗으며 살아야 한다고 
 
헐벗은 가슴으로도
둥지 한두 개쯤
따뜻이 품으며 살아야 한다고 
 
눈 내리면 눈꽃 피우며
봄이 아니라 겨울을
열렬히 살아야 한다고 
 
너는 아무런 말 없이도
알몸으로 눈시울 뜨겁게 만든다. 
 
 
추운 겨울철 아무 옷도 입지 않는 나무를 상상해보자. 말도 할 수 없고, 움직일수도 없는 나무이지만 얼마나 추울까 생각해보자. 우리 모두 춥다고 웅크리고 작아지지 말고 추울수록 이 나목과 같이 열렬히 살아보는건 어떨까? 
 
 
눈위에 쓰는 겨울시 - 류시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 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눈 위에 시를 쓴다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인 류시화의 ‘눈위에 쓰는 겨울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은 겨울에 내린 눈이 곧 봄이 오면 사라진다는 얘기는 아닐까? 
 
 
겨울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겨울사랑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순수하고 따뜻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문정희의 ‘겨울사랑’. 좋아한다는 마음, 사랑한다는 마음, 그 순수함을 상대방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우리 주위에는 상처입고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진눈깨비와 같이 그저 흩날리는 존재가 아닌 함박눈 같이 그들의 상처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존재가 되자고 시인은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