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주일에 네 다섯번씩 가위에 눌리는 사람인데요. 하도 가위를 많이 눌리다보니 이젠 가위 눌리면 가위 눌리는구나 알고서 가위에 눌릴만큼 익숙하답니다.

이렇게 자주 접하다보니 가위눌림에 대한 나름대로의 지식과 노하우도 쌓이기에 혹시나 가위눌림에 의해 곤란에 처해있으시거나 궁금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답니다.

 

일단 저에게 있어서 가위 눌림이란, 정신이 육체를 놓는 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적으로도 언급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가위는 육체의 활동을 관장하는 뇌의 기능이 육체로부터 분리 내지는 휴지기에 들어가는 그 시점에 움직임을 관장하는 뇌의 기능이 여전이 각성 상태에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혹시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셨다면, 주인공 신지와 로봇 에바가 싱크로나이즈(동기화)가 되어 있다가 분리되는 경우를 떠올리면 비슷하리라 생각됩니다.  신지가 에바에 탑승하여 자신과 에바를 동기화(싱크로나이즈) 하여, 나약한 몸으로 거대한 에바를 움직이지만, 싱크가 되지 않으면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애초에 우리 몸은 마음을 움직여 육체를 움직이는 연결망이 있을진데, 이 연결망이 휴식을 목적으로 분리가 되면 비록 뇌가 깨어있는 각성 상태가 될지라도, 마음먹은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 상태로 들어서게 되는 인과를 살펴보면, 대부분 무척 피곤한 상태이거나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심신을 푹 놓은 경우에 주로 나타나더군요. 여러가지 증상이나 징후가 있겠지만, 일단 가위를 눌리면 대체적으로 귓전에 삐익~하는 소리를 시작으로, 점점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이 때 마음을 써서 깨어있어야지 하면 다시금 의식을 차리곤 하는데, 보통 이 시점엔 심신이 몹시 지쳐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거의 불가항력적으로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일단 이렇게 시작해서 가위가 눌리면, 대게 꿈이나 환상으로 이어지더군요. 이를 고통으로 여기지 않으면  이 때는 자각몽과 같은 경험을 할 수도 있는데, 이를테면, 마음먹기에 따라 유체이탈이나 느끼고 싶은거, 되고 싶은것을 마음 껏 느낄 수 있게 되는 경우죠. 이 정도쯤 되면 가위 눌림을 인지하고 익숙해진 시점에서 가능한 것이고, 보통은 움직일 수 없는데 따른 불안감, 이불도 덮지 않은 상태에서 노출된데 따른 무서움이 발생하곤 합니다.

 

더욱이 이 상태에서는 환각이나 환청을 쉽게 접하게 되는데, 혹자는 이런 상태를 일컬어 귀신에 씌였다라고 할 수 있을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정말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없게 되는데, 인간 형상을 한 사람이 나를 못살게 구는가 하면, 분명히 문을 닫았는데 열려있다거나, 울리지도 않은 전화벨이 울리는 듯한 환상, 환청을 접하게 됩니다. 물론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지요.

 

제 경우는 가족이나 친구가 곁에 있는 상태에 대낮에 눈뜨고도 걸리는 경우도 간혹있는데, 그게 그닥 부담스럽지 않은 경우 낮잠으로 이어지고, 증상이 좀 심하다 싶으면 잠꼬대 같은 소리를 내어 가족이나 친구가 저를 깨우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벗어나곤 합니다. 다만 혼자일 때는 어쩔 수 없죠. 대개는 좀 시달리다가 깨거나, 아예 수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고픈 것은 가위 눌림이란 것이 특별히 귀신을 체험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중간계에서 느끼거나 보여지는 환상 같은것에 불과 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가위 눌리는 경험을 귀신 경험으로 치부하고 타부시 하는 경우를 종종보는데, 제가 볼 때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가위는 가상현실 체험이 될 수도 있고, 무의식의 세계이자 무한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에 좀더 연구하여 체면이나, 무의식 상태 등 어떤 발전 가능성의 장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가위를 눌리며 두려워 하는 많은 분들께 말씀드리고픈 것은 가위 눌림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게 생각하지말고, 편안하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그런 연유로 오늘밤은 저를 믿고 평안한 밤이 되시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