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 공략에는?

버섯에도 식용 버섯이 있고 독버섯이 있듯이 대장균에도 몸에 유익한 대장균이 있고 해로운 대장균이 있다.

그렇다면 대장균이란 어떤 미생물인가?

대장균은 말 그대로 사람과 동물(온혈동물)의 대장 속에 있는 세균, 즉 박테리아다.

라틴어 학명인 Escherichia coli(흔히 E. coli, 이-콜라이라고 부름)에서 coli 란 말도 ‘대장의, 대장과 관련된’라는 뜻이다.

대장균은 막대모양을 한 간균(桿菌)으로서 양쪽 끝이 둥글고, 편모를 가지고 있어 운동성이 있다.

대장균 무리는 항원구조에 따라 다시 여럿으로 나뉘게 되는데, 표면 지질다당질의 항원 성분(O 항원)에 따라서, 캡슐의 항원 성분(K 항원)에 따라서, 그리고, 그리고 편모의 항원 성분(H항원)에 따라 균주(strain)가 분류된다.

예를 들어, [대장균 O1: K2: H7] 은 136가지의 O항원 중에서는 1번이고, 78개의 K 항원 중에서 2번, 그리고 40개의 H 항원에서 7번을 지닌 대장균 균주를 가리킨다.

대부분의 대장균은 장 속에 얌전히 있으면 비타민 K2를 생산해주거나 장 속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여 다른 나쁜 균들이 장으로 침투해서 번식하는 것을 막아주는 등, 몸에 유익을 준다. 그러니까 이렇게 대장 속에 얌전히 자리 잡고 살면서 우리와 공생하는 대부분의 대장균들은 ‘착한 대장균’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한 때 장 속의 숙변을 제거한다면서 대장을 세척해주는 시술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착한 대장균들을 씻어 내버리고 대신 해로운 미생물들을 대장 안으로 불러들여 화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권장할 만한 시술이 아니다)

그리고 대장균은 실험실에서 배양하기도 쉽고, 유전자 조작과 같은 각종 실험에 알맞은 세포 구조를 가지고 있어 생명공학 실험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는 세균이기도 하다.

또 이 대장균은 음식물이나 식수의 오염지표로도 사용된다. 식수나 음식물 샘플에서 대장균이 발견되면 비록 그것이 해롭지는 않지만 대변에 의해 오염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착한 대장균들도 항상 어디서나 착한 것은 아니다. 이들도 장 이외에 다른 부위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병을 일으킬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대장균이 방광 안으로 들어가면  방광염(여성의 경우 요도가 짧고 입구가 질속으로 나 있기 때문에 균이 방광으로 침투하기 쉽다), 방광 속의 균이 요관을 따라 거슬러 올라 콩팥으로 들어가면 신우염, 복막으로 들어가면 복막염(장에 구멍이 나거나 흔히 맹장염이라 불리는 충수염이 터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 그리고 균이 직접 혈액 속으로 들어가면 패혈증이라는 심각한 상태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니까 착한 대장균도 제자리에 있어야지 엉뚱한 곳에 있게 되면 나쁜 대장균이 되는 것이다.

 - 그러나 일부 대장균들은 대장 속에 있어도 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런 대장균을 일컬어 ‘병원성 대장균’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원래부터 종자가 ‘나쁜 대장균’이다.

이 나쁜 대장균에는 단순한 전염성 설사를 일으키는 특정한 O항원 균주(O26, O55, O111등)로 부터, 최근 세계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장출혈성 감염을 일으키는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균주가 있다.

그중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대장균은 O157:H7형 대장균이다.

이 균은 특히 저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들에게서 피가 섞인 설사를 쏟게 하는 심한 출혈성대장염을 일으키며 간혹 콩팥기능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그리고 2011년 5월 유럽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대장균은 O104:H14형의 변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체내 출혈과 거의 동시에 급속하게 콩팥 기능을 망가뜨려 환자를 중태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의료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감염 경로)

병원성 대장균의 주된 감염 경로는 다음과 같다.

(1) 오염된 쇠고기와 같은 육류나 달걀을 제대로 익히지 않고 먹었을 때

(2) 오염된 채소나 과일을 깨끗이 씻거나 익히지 않은 채 먹었을 때

(3) 오염된 물을 끓이지 않고 마시거나 적절한 소독과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를 마셨을 때

(4) 감염된 다른 동물과 직접 접촉했을 때

(5) 오염된 물이 있는 호수나 풀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실수로 물을 먹었을 때

(6) 어린이집과 같은 집단생활 환경에서 감염된 아이와 직접 신체 접촉했을 때

(7) 오물을 묻혀온 집파리에 의해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증상)

 O157:H7 대장균에 의해 감염되면 피가 섞인 (그러나 항상 피가 섞이는 것은 아니다) 심한 설사를 하고 복통을 호소한다.

열은 그다지 많지 않고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큰 합병증이 없으면 보통 5-10일 안에 낫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노약자나 어린이의 경우 용혈성 요독 증후군 (Hemolytic Uremic Syndrome)이라 불리는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균의 독성에 의해 피 속의 적혈구가 파괴되고 그것이 콩팥의 기능을 마비시켜 오줌을 만들 수 없게 만들고 따라서 몸속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킬 수 없는 위중한 상태에 빠지는 것인데, 전체 환자 중 약 2-7%에서 나타난다.

(예방)

도축과 육류 가공 과정에서 동물의 장 내용물 안에 있던 대장균이 살코기에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육가공 회사와 이를 감독하는 공공기관의 책임이다)

특히 오염된 분쇄육(갈거나 다진 살코기)은 보통의 스테이크용 고기보다 훨씬 위험한데 그 이유는 분쇄할 때 세균이 내용물 속 깊이 침투하여 숨어버리면 웬만큼 가열해서는 세균을 죽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분쇄육이나 햄버거를 요리할 때는 그런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 내부 측정 온도가 적어도 섭씨 72도 이상 되게 완전히 익혀야 한다.

분쇄육이 아닌 경우에도 요리할 살코기가 다른 식품들과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고, 살코기와 접촉되었던 손과 식기구들은 수돗물로 잘 씻어야 한다.

날고 먹을 과일이나 채소는 수돗물로 꼼꼼하게 세척해야 한다.

물은 반드시 끓여 먹도록 한다(대장균은 열에 몹시 약한 균이다).

수영할 때는 오염된 물을 삼키지 않도록 주의하고 입에 들어간 경우는 뱉어내고 깨끗한 물로 양치질을 해야 한다.

설사 증세가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더욱 손을 열심히 씻고, 수영장 출입을 삼가며, 다른 사람이 먹을 음식을 요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