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어떤 음식이 맞으며, 체질은 어떤것 같으며, 보약은 어느것을 먹어야 하는것이며 이런 현상은 TV드라마의 영향도 있겠지만,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추구와 맞물려 사상체질의학이 일반인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음을 잘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체질은 한의학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의성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가 '4체액설'을 주장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2세기경 갈렌(Galenus)이 다혈질, 담즙질, 흑담즙질, 점액질의 네 가지로 분류되는 '유형체질론'을 주장하였다.

20세기 초에 이르러 독일의 크레치머(Kretchmer)가 정신신체의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비만형, 세장형, 투쟁형의 세 유형으로 분류한 후, 이상체질형인 발육부전형을 합하여 4체질을 설정하고 이들의 관계를 정신의학적 측면을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또한 시가우드(Sigaud)는 호흡형, 소화형, 근육형, 뇌형의 4형체질을 분류하였고, 철학자 칸트(Kant)는 기질에 대한 연구에서 감성적기질과 활성적기질로 분류하였는데, 감성적기질은 다혈질, 우울질에 속하고, 활성적기질은 담즙질, 점액질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그 밖에도 광신형, 협장형, 비만형 등으로 분류한 일본의 대리(大理), 혈액형에 따른 기질의 특성을 연구한 고천(古川)의 이론 등이 있고, 셀든(Sheldon)은 발생학적 '배엽기원설'을 주장하여 내배엽형, 중배엽형, 외배엽형의 3유형을 제시하였으며 그 외에도 겔(Gell)과 쿠부스(Coobus)에 의한 '알러지 4형'의 분류법이 있다.

서양의학의 체질이론은 이상에서 열거한 것 외에도 몇몇 학자들의 연구가 있으나 찬반의 의학적 논쟁을 거듭하면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정신의학, 심리학, 면역학 등 일부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도 기원전 3세기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의학의 최고 원전인 [황제내경]에 보면 인간의 체질을 크게 태양지인(太陽之人), 소음지인(少陰之人), 소양지인(少陽之人), 태음지인(太陰之人), 음양화평지인(陰陽和平之人)의 다섯가지로 구분하고 있으며, 또한 오행을 바탕으로 크게 목형지인, 화형지인, 토형지인, 금형지인, 수형지인의 다섯으로 나누고, 이들은 다시 오음과 관련지어 이를 세분하여 25가지의 체질로 분류한 내용도 있다.

명나라 때 장개빈(張介賓)은 인간을 양장지인(陽臟之人)과 음장지인(陰臟之人)으로 구분하고, 양장지인은 양이 많고 음이 적어 열(熱)이 많은 체질이라 하고, 음장지인은 음이 많고 양이 적어 냉(冷)한 체질이라 정의하고 이를 약물을 투여하는데 응용하였다.

그 한참 뒤인 조선 말엽에 이르로 이제마 선생이 종래의 견해에 비하여 현실적인 측면에서 독특한 '사상구조론'을 바탕으로 태양인(太陽人), 소양인(少陽人), 태음인(太陰人), 소음인(少陰人)의 네 가지 체질을 설정한 '사상체질의학'을 제창하게 되었다.

다른 체질론과 달리 유독 사상체질만이 생명력을 갖고 의학적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은 기존의 체질의학이 외모와 행동, 심리상태의 특징만을 위주로 하거나 약물 투여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된 것에 비해, 사상체질의학은 각 체질에 대한 생리, 병리, 진단, 감별법, 치료와 약물에 이르기까지 서로 연계를 갖고서 임상에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사상체질이론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누구나 똑같이 공통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능과 활동이 있는 반면,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독특한 개별적인 부분이 있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체질은 모든 사람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체격과 외모, 심성 및 병증 등의 측면에서 서로 합치되는 부분이 있고, 이 합치되는 부분이 많은 사람들끼리 모아 보면 4가지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것이 사상체질의 이론이다. 따라서 사상체질의학에서 말하는 건강은 체질의 특성으로서의 개별적인 면만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적인 부분과 개별적인 부분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상체질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 선생은 개별적인 부분보다는 먼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부분의 건강을 중시하였다. 이 공통적인 부분이 건전해야 개인, 가족, 사회 및 국가가 건전해지고, 이는 다시 개별적인 부분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건강치 못하면 아무리 좋은 체질에 따른 건강법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본질적인 건강은 얻지 못한다.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건강치 못한다면 그때는 체질에 따른 건강법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마 선생은 무병장수의 요건으로 다음의 '해야 할 것' 네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내용이다.

첫째, 교만하거나 사치하지 말고 간소하고 검약하게 살아야 한다.

둘째, 나태하게 살지 말고 근면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

셋째, 성격이 모나고 급하게 살지 말고 스스로를 반성하며 살아야 한다.

넷째, 쓸데없이 탐욕을 부리지 말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맣이 들으며 살아야한다.

이와같이 하면 일신의 건강 뿐만 아니라 가정의 화목과 주위의 안녕과 질서가 이루어지겠지만 이 네 가지 요건을 두루 갖춘 사람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위의 네 가지 요건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은 색을 멀리하고 술을 조심하며 재물을 너무 탐하지 말고 권세를 부리지 않도록 하는 '하지 말아야 할 것' 네 가지 사랑을 행동지침으로 삼으면 그런대로 무병장수를 누릴 수 있다고 이제마 선생은 제시하고 있다. 또 이제마 선생은 나름대로 일생을 네 단계로 나누어 연령에 따른 이상적인 모습도 제시하였다. 봄날의 새싹과 같은 16세 이전의 유년(幼年)에는 배우기를 좋아하여 보고 듣기를 즐겨하고 가까운 사람을 쫓고 따라야 하며, 여름철 짙푸른 나무와 같은 32세까지의 소년(少年)기에는 용맹을 좋아하고 능히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웃어른과 노인을 공경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가을철에 열매를 맺는 것과 같은 48세 이전의 장년(壯年)에는 몸과 마음을 닦고 올바르게 하여 다른 사람을 두루 사랑하고 잘 살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제대로 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겨울에 뿌리를 굳게 내린 것과 같은 49세 이상의 노년(老年)기에는 경험을 통한 예측과 대책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를 잘 보호하고 저장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할수 있는 이러한 사항들이 체질에 따른 건강법에 앞서 먼저 시행되어야 진정한 건강을 얻을 수 있다. 임상적으로 볼 때 체질감별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치료에 있어서도 일차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바로 체질변증이다.

우선 환자가 지니는 체질적 특징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 판단이 되어야 병증을 감안하여 치료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한 사람들은 병에걸린 사람들보다 체질감별이 더욱 어렵다.

요즘 시중에 나돌고 있는 체질에 따른 건간법들은 몸에 이로운 음식, 해로운 음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부분은 이베마 선생이 약간 언급은 해 놓고 있으나 강조한 바는 아니다. 다시 말해 음식 건강법이 약간의 도움은 될지언정 절대적으로 지키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는 이로운 음식과 해로운 음식에 대한 내용은 체질에 따라 전혀 반대가 된다. 어느 경우든 체질감별의 오진은 있을 수 있다. 체질에 따른 이로운 음식과 해로운 음식이 반드시 맞는 것이라면, 오진에 의해 해로운 음식을 이로운 음식으로 알고 이를 지켜 더욱 몸을 해칠 수도 있다.

또 대부분 질병의 발생은 체질적 문제에서 오는 것보다는 과음, 과식, 과로, 운동부족, 스트레스 처리 미숙, 편견과 과욕, 위생불량, 과도한 냉난방 등 평범한 사항을 등한시하여 생긴 것이 훨씬 많다.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면 체질에 따른 식사법을 맹종하지 말고 앞에서 제시한 공통부분에 대한 보편적인 겅강법을 충실히 따르는 것으로 건강법을 삼는 것이 좋으며, 병이 많은 사람들도 질병이나 체질을 명확히 파악한 후 의사가 지시하는 방법에 따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