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M씨는 중학교 미술선생님으로 수업시간만 되면 긴장이 되고 불안해져, 준비한 말들이 떠오르지 않고 얼굴이 붉어지고 손도 떨려 수업을 실기로 대처하곤 하다가 이렇게 해서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였다.

30대 후반의 K씨는 대학교까지 모범생,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회사에 취직하였는데, 입사 면접 당시 긴장을 많이 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정신이 멍해지기도 하였지만, 무사히 취직하고 잘 생활해 왔다. 그러나 중요한 자리에 올라가면서부터 브리핑이나 발표를 할 때마다 긴장감으로 온몸이 굳어지고, 목소리가 떨려 말이 잘 안 나오며, 머릿속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할 궁리만 하게 되어 점점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다.

사회공포증은 사회불안증 또는 대인공포증으로 불리는 진단명이다.

대인공포증은 1920년경 모리타(일본)가 주장하면서부터 많이 쓰인 용어로 자신의 눈빛이나 인상 등에 결함이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주로 하는 증후군을 말한다.

사회공포증은 흔한 질환이지만 “수줍음(shyness)”같이 가벼운 증상으로 인식되는 경향으로 인해 사회공포증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간과되어 왔다. 그러나 많은 임상 연구들은 사회공포증 환자들이 분명하고 실질적인 사회적 기능저하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사회공포증과 지나친 수줍음은 모두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한다는 것,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박동이 증가하며 땀을 흘리는 등의 신체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줍음의 경우 비교적 일상생활에서 큰 문제없이 잘 지내며 다만 남들 앞에 잘 나서지 않고 부끄러움을 타는 것인데 비해, 사회공포증은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고 불안이나 불편을 느끼는 사회적 상황을 자꾸 피하려 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본다. 또한 명확한 근거없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부정적일 것이라고 단정하는, 주관적이며 강박적인 생각들이 불안을 점점 증가시켜서 결국 사회적 기능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신체적 증상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손이나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말한다. 또한 땀이 나고 어지러워지기도 하며 만성적으로 근육이 긴장되어 두통, 피로감, 근육통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행동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몸이 얼어붙고 말도 나오지 않으며 하려던 일도 잊어버린다.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남의 눈치를 살피고, 부자연스러운 표정 짓기, 말 더듬기, 엉뚱한 말하기 등의 불안한 행동을 나타낸다. 그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이제 앞으로 다시 그런 상황에 놓일 것을 걱정한다. 여럿이 모이거나 윗사람을 만나는 자리, 미팅 등에 나가지 않으려 하고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상황에 가야만 하거나 피할 수 없는 경우엔 남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말을 안 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상대방의 시선을 피한다. 발표를 할 때는 내용을 짧게 하거나 말을 빨리해서 되도록 연단에서 일찍 내려온다.

인지적 증상(생각)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나는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 ‘나 때문에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면 어떡하지?’, ‘발표를 잘 해야 하는데, 급우들이 지루해하면 어쩌지?’, ‘나 때문에 분위기가 망쳐질 것 같다’, ‘내 목소리가 이렇게 떨리는 것을 보면 나를 비웃겠지’ 등……. 즉 사회적 상황에서 스스로 불편함을 많이 느끼고 그것을 남들이 알게 될까봐 두려워하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다. 또 자신의 행동이나 내면적 느낌, 신체 증상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며 남들도 그것을 쉽게 알아차릴 것이라고 단정한다.

여러 원인들 중 환경적 원인들을 살펴보면,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어렸을 때 남들 앞에서 큰 망신이나 무안을 당했던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부모에 의해 항상 남을 의식하도록 엄격히 교육받은 사람이나, 매사에 완벽하게 행동해야 다른 사람들이 업신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교육받은 사람에게서 잘 생긴다. 또한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가장 중요한 대상인 부모들이 사회적 상황에서 불안해하고 회피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 이런 부모를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간접적으로 사회 불안을 학습하게 된다.

증상에 따른 유형들을 보면, 적면공포[남들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두려워 함], 연단 공포[무대공포 ; 발표, 브리핑, 인사말, 노래부르기 등을 두려워 함], 쓰기공포[남이 지켜볼 때 불안해져서 글을 못 씀], 표정공포[자신의 표정이 어색해지거나 굳어지는 것을 두려워 함], 시선공포[정면으로 다른 사람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거나 자기 시선으로 상대방에 불편해지고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함], 떨림공포[손이나, 입술, 목 등이 떨리는 것을 두려워 함] 등 여러 가지 유형들이 있다.

대개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에 발병을 하며, 증상이 악화되면 사회생활 및 대인관계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만성적으로 진행되어 우울증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고 불안을 줄이려고 술에 의존하다가 알코올중독(의존)에 빠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사회공포증의 발병연령이 사춘기나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 즉, 평생의 사회적 위치나 전반적인 대인관계 기반을 닦는 시기라는 점이다. 이 시기에 친구를 충분히 사귀지 못하고 직업과 결혼생활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면 그 후유증은 인생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사회공포증이 있다면 빨리 치료를 시작해서 사회생활 및 대인관계에 적절히 적응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