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악플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는 유명 연예인, 주식 투자를 하다가 죽음을 선택했다는 직장인,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겠다는 유서와 같은 우울한 기사를 신문 사회면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죽음을 선택하는 행동이 과연 인간이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어떤 다른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목숨을 끊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자살한 사람에 대해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며 동정을 보이며 자살한 사람이 처한 외부 상황, 즉 사채, 주가 폭락 등을 자살의 원인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과연 그들만이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일까? 사채 쓰는 사람들이 많으니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사채업이 번성하고 있을 것이며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주식 관련 기사가 매일 신문의 일면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똑 같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모든 사람들은 적어도 한번씩은 자살한 사람과 비슷한 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이겠지만 그런 모든 사람이 자살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몇 년 전에는 우리나라 재벌 회장이 빌딩에서 몸을 던졌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객관적으로만 본다면 상황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재벌 회장이 처한 여러 상황들은 분명 보통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경우보다는 좋았을 것이다. 그런 재벌 회장도 자살을 했다.
자살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정신과 의사가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 이상에 의한 자살이다. 자살을 보는 시각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신과 의사는 자살을 병의 증상으로 보곤 한다. 즉, 자살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신 건강의 이상 혹은 병이 있었고 마치 감기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처럼 병 때문에 자살 사고가 생기고 이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설명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유명 연예인의 자살에 대한 기사에는 자살한 연예인이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거의 항상 있는 것을 보면 정신 건강 이상이 자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분명한 것 같다.
실제로 우울증은 자살 사고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질환 중에 하나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일상적인 상황조차도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살에 대해 생각하게 되곤 한다. 실제로 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회복된 어떤 환자는 ‘지금은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아팠을 때는 아파트 베란다에 있으면 자꾸 바닥에서 나를 부르는 것 같고, 떨어지면 편안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제 와서 보니 그런 생각은 제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 한다.
오래 전부터 우울증의 의미와 원인에 대해 연구해왔다.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많은 심리학적인 이론이 있는데 한 이론에서는 외부 세계에 대한 공격성향이 자신을 향하게 될 때 우울하게 되고 결국에는 외부 세계에 대한 분노의 표현으로 자살을 하게 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최근 자살한 유명 여배우의 경우 네티즌들의 악의적인 답글에 대해 실망하고 우울해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아마도 보이지 않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컸을 것 같다. 그런 원망과 분노가 외부로 향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향할 때 우울과 자살이 유발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자신은 그 동안 우울하지 않았는데 우울증이 맞냐는 것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반드시 우울해야 한다는 생각도 우울증에 대한 편견 중의 하나이다. 우울증에 걸린 환자가 우울한 기분을 호소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1/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체중의 감소나 수면 장애, 혹은 여러 가지 신체 증상만으로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 단지 심리적인 병이 아니라 뇌의 병임을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우리의 뇌는 신체의 모든 부분을 감지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뇌가 몸살을 앓게 되면 몸이 여기 저기 아픈 것 같고 먹고 싶은 욕구도 떨어져서 체중이 심하게 감소한다.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지 병원에 가서 모든 검사를 해보지만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는 우울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노인의 경우, 우울증의 증상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심각한 것은 우울한 기분을 동반하지 않은 우울증에서도 자살 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울증과 자살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젊은 나이에 우울증이 흔히 걸리고 그런 사람이 자살을 하게 되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귀중한 인력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방지책과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는 우울증 치료에 대한 필요성이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가 겪고 있는 고통에 좀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즉, 우울증은 그 자체로 앓고 있는 사람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병이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움조차 청하지 못한 채 죽음을 택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울증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잘못된 인식과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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